라루사 감독, 16년만의 WS 'V2' 이뤄질까
OSEN U05000176 기자
발행 2005.10.04 10: 05

"당신은 5가지 이유로 오래 못 버틸 거요. 젊고 잘 생겼고 똑똑하고 게다가 변호사 자격증까지 땄고 훌륭한 가족을 가졌잖소".
34살의 토니 라루사를 메이저리그 감독으로 영입한 롤랜드 해먼드 시카고 화이트삭스 단장은 라루사의 '단명'을 예견했다. 마이너리그 감독 1년반이 지도자 경력의 전부인 라루사가 주위의 질시와 견제를 견뎌낼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라루사를 지도자로 점찍은 해먼드의 혜안은 뛰어났지만 염려는 기우였다. 1979년 8월 메이저리그 감독으로 첫 발을 내디딘 라루사(61)는 화이트삭스(1979~86) 오클랜드 애슬레틱스(1986~1995) 세인트루이스(1996~현재) 세 팀에서 올해까지 27년째 단 한 해도 지휘봉을 놓지 않고 있다.
현역 최다승 감독이자 메이저리그 역대 승수 3위(2214승). 80년대(88년) 90년대(92, 96년)와 2000년대(2002년)에 걸쳐 그것도 양 리그 3개 팀에서 4차례나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메이저리그 사상 유일무이한 감독. 선발-미들맨-셋업-1이닝 마무리의 투수 분업화 시스템을 실전에 정착시킨 현대 야구의 선구자. 그의 이력서는 한 줄 한 줄이 경이적이다.
매치업 등 데이터를 신봉해 항상 유니폼 바지 뒷주머니에 깨알같은 메모를 넣고 다니지만 "야구는 기록이 아닌 인간"이라는 소신으로 선수들과 소통에도 소홀한 법이 없다. 어릴 때 스페인계 어머니로부터 배운 스페인어로 앨버트 푸홀스 등 남미계 선수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지만 선수들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허튼 소리를 하지 않는다.
몇 해 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가 선정한 선수들이 뽑은 최고의 감독-최악의 감독 5인에 양쪽 모두 이름을 올렸을 만큼 뚜렷한 주관으로 '라루사 야구'를 표방한다. 2003년 시즌 개막 직후 좌익수 수비 도중 팔꿈치를 다친 푸홀스를 과감하게 1루수로 전향, 성공시켰는가 하면 '게으른 천재' J.D. 드루에겐 "호세 칸세코를 보는 것 같다"며 싸늘하게 등을 돌리기도 했다.
아마 시절 뛰어난 유격수로 주목받았던 라루사는 17살이던 1962년 캔자스시티 애슬래틱스에 입단했지만 이듬해 어깨를 다치는 바람에 줄곧 마이너리그에 머물렀다. 16년의 선수생활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뛴 해는 6년이지만 통산 132게임에서 1할9푼9리의 타율을 기록한 게 메이저리그 선수 경력의 전부다.
라루사는 화려한 선수 생활이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 위한 필요 조건이 아님을 입증해보였다. 풀타임 감독 3년째인 1982년 화이트삭스를 2위와 무려 20게임차로 지구 1위에 올려놓았고 1988~1990년 3년 연속 오클랜드를 월드시리즈에 진출시켰다. 1996년 성적 부진으로 해임된 조 토리(현 양키스 감독)에 이어 세인트루이스 감독에 부임한 뒤 올해까지 10년간 지구 우승 5차례에 지난해엔 내셔널리그 챔피언으로 팀을 이끌었다.
라루사만의 특징 중 하나는 상위타순에 힘의 집중을 즐긴다는 것이다. 1~2번은 발 빠른 테이블 세터, 3~5번 클린업은 장타자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2번, 심지어는 1번에 홈런 타자를 배치하는 일도 있다. 감독 초기 칼튼 피스크가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화이트삭스로 트레이드됐을 때 라루사는 피스크를 2번으로 기용했다.
이 때문에 피스크와 소리 높여 싸움까지 했지만 1할대 타자이던 피스크는 2번 타순에서 제2의 전성기를 열였다. 1983년 당시 자신의 시즌 최다 기록인 26홈런을 날렸고 피스크에서 시작되는 2~5번 타순은 380타점 309득점을 합작, 2위와 20게임차로 지구 1위를 차지했다.
라루사의 곁엔 언제나 데이브 덩컨 투수코치가 있다. 갓 스무살이던 1964년 브래든튼 윈터리그에서 처음 만난 뒤 올해로 40년 넘게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 두 사람은 실과 바늘이다. 포수 출신인 덩컨은 1972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월드시리즈 7차전까지 마스크를 쓰고 팀의 우승을 진두지휘했을 만큼 성공한 메이저리거 출신이다.
투수코치로 변신해서는 현미경보다 더 정확한 눈으로 투수의 결점을 집어내 데니스 에커슬리와 켄 보튼필드, 마이클 무어와 대릴 카일 등 은퇴의 기로에 선 수많은 투수들을 되살려낸 '재활공장장'이 덩컨이다. 덕아웃에서 입을 여는 법이 거의 없는 라루사도 "상황마다 어떤 공을 선택할 지는 덩컨에게 묻는다"고 할 만큼 절대적인 믿음을 보내고 있다.
라루사는 1989년 오클랜드를 이끌고 월드시리즈 정상에 섰지만 1988년과 1990년, 그리고 지난해까지 나머지 세 번의 도전에선 월드시리즈에서 4전 전패 또는 1승 4패로 참패를 맛봤다. 양 리그 최다승(100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라루사는 "내가 단기전에 약하다는 참담한 결론 말고 다른 답을 얻고 싶다"며 설욕을 벼르고 있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