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실시된 일본 프로야구 고교생 드래프트에서 구단 관계자의 착각과 진행 미숙으로 교섭권 확정 구단이 바뀌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더구나 해프닝의 주인공 중 한 명이 소프트뱅크 호크스 왕정치(65) 감독이어서 화제다.
착각은 먼저 괴물투수 쓰지우치(17. 오사카 도인고)에 대한 교섭구단 추첨에서 시작됐다. 요미우리와 함께 쓰지우치를 1순위로 지목한 오릭스의 나카무라 단장은 추첨 용지를 펴보다 용지를 쥔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반면 요미우리를 대표해 추첨에 임한 호리우치 감독은 조용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오릭스가 괴물 투수 영입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드래프트 진행을 맡았던 고이케 퍼시픽리그 회장도 “쓰지우치 교섭권은 오릭스가 가져갔다”고 발표했다.
이어 올 시즌 고교 졸업 내야수 중 최대어로 꼽히는 후쿠오카이치고의 대만인 유학생 요종소(陽仲壽)에 대한 추첨이 진행될 차례. 요종소는 소프트뱅크와 니혼햄이 함께 1차지명했다. 두 팀은 각각 왕정치 감독과 힐만 감독이 추첨에 임했다. 추첨 용지를 펴 본 왕정치 감독은 기쁜 표정을 지었고 한자를 모르는 힐만 감독은 어리둥절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다시 한 번 장내에 “요종소 소프트뱅크”라는 멘트가 나왔다.
하지만 니혼햄 다카다 단장이 추첨 용지를 확인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힐만 감독이 뽑은 용지의 좌측에는 분명히 ‘교섭권 확정’이라고 써 있었던 것. 이를 요미우리 관계자에게 보여줘 “쓰지우치 때 우리가 뽑은 추첨 용지도 니혼햄과 똑같은 것인데 오릭스가 교섭권을 가져 갔으니 낙첨 제비”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고이케 회장에게 들고 가 확인을 요구했다.
고이케 퍼시픽리그 회장은 다카다 단장이 들고 온 추첨 용지를 본 후 교섭권 확보 구단이 뒤바뀌었다는 것을 알고 급히 정정에 나섰다.
왜 이런 착각이 나왔을까. 문제는 추첨 용지에 있었다. 반으로 접힌 용지의 우측에 일본야구기구(NPB)의 직인이, 좌측에는 ‘교섭권 확정’이라는 글자가 써 있는 것이 당첨 용지였다. 낙첨 용지에는 우측에 NPB 직인만 찍혀 있었다. 하지만 먼저 용지를 펴 본 오릭스 나카무라 단장은 오른쪽에 있는 NPB 직인만 보고 교섭권을 가져온 줄 알고 환호했던 것. 사전에 어떤 용지가 당첨 용지인지 알려주지 않았던 데서 나온 해프닝이었다. 물론 왕정치 감독도 똑같은 착각에 빠졌던 것이다.
문제는 이날 드래프트가 TV를 통해 일본 전국에 생중계되고 있었다는 것. 단단히 망신살이 뻗친 NPB는 네고로 총재가 유감을 표하고 쓰지우치와 요종소의 소속학교에도 NPB관계자가 사과의 뜻을 전했다.
무엇보다도 해프닝의 대상이 됐던 두 고교생 유망주의 표정도 180도 바뀌었다. 일본 최고 명문 요미우리로 가게 된 쓰지우치는 승리의 V자를 그렸고 선망하던 소프트뱅크에서 한 순간에 니혼햄과 입단협상을 해야 하는 요종소는 충격으로 잠시 드래프트 장소를 떠나기도 했다.
박승현 기자 nang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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