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그의 발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18일(한국시간) 펜웨이파크에서 펼쳐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 1~3차전을 양키스에 내리 패한 보스턴은 4차전도 8회까지 3-4 한점차로 뒤져 충격의 4전 전패 탈락에 아웃카운트 3개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9회말 보스턴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 8회부터 등판한 양키스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가 선두타자 케빈 밀라에게 볼넷을 허용하자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대주자로 데이브 로버츠를 기용했다. 2루 도루를 시도할 것이란 걸 세상이 다 아는 상황이었고 리베라는 세차례나 1루에 견제구를 던졌지만 발빠른 베테랑 로버츠는 리베라가 다음 타자 빌 밀러에게 초구를 던지는 순간 2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포사다의 송구는 정확히 유격수 데릭 지터의 글러브에 빨려들었지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2루로 날아든 로버츠의 손이 더 빨랐다. 밀러가 곧바로 리베라의 왼쪽을 스치고 지나가는 중전 적시타를 터뜨려 로버츠가 홈을 밟아 4-4 동점. 벼랑 끝에서 탈출한 보스턴은 연장 12회말 끝내기 투런 홈런으로 기사회생했다.
여세를 몰아 5~7차전을 모두 따낸 보스턴이 월드시리즈에서 4전 전승으로 세인트루이스를 완파하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건 잘 알려진 부분이다. 메이저리그 130여년 사상 한번도 없었던 포스트시즌 시리즈 3연패 뒤 4연승, '밤비노의 저주'를 떨쳐버리고 86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기적 뒤엔 로버츠의 도루가 있었다.
사상 최악의 지구 우승팀으로 꼽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은 지난해까지 보스턴이 우승할 확률과 비슷한 수준이 아닐까.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8개 팀중 휴스턴과 함께 득점력이 가장 처지는 샌디에이고가 지난해 보스턴 같은 기적을 이루기 위해선 로버츠의 도루와 같은 결정적인 순간 결정적인 플레이가 필요할 지 모른다. 지난 겨울 보스턴에서 샌디에이고로 옮겨 주전 톱타자가 된 로버츠가 활로를 뚫지 못하면 샌디에이고는 희망이 없다.
해마다 각본 없는 드라마를 쏟아내온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은 올해 또 어떤 기적을 연출할까. 플레이오프 첫날인 5일엔 샌디에이고-세인트루이스(오전 2시), 보스턴-시카고 화이트삭스(오전 5시), 뉴욕 양키스-LA 에인절스(오전 9시)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 세 경기가 펼쳐진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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