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펼쳐진 준플레이오프 1차전. 3회 SK 박재홍이 센터 쪽으로 날린 빠른 타구는 달려드는 한화 중견수 제이 데이비스의 글러브에 간발의 차로 빨려들었다.
원바운드 캐치가 아니었냐는 항의의 뜻으로 박재홍이 한참이나 1루 베이스를 떠나지 않았지만 판정이 번복될 리 없었다. 김동재 1루 코치의 만류로 박재홍이 덕아웃으로 발길을 돌릴 때까지 덕아웃의 조범현 감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김응룡 감독(현 삼성 사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한바탕 어필을 하지 않았을까. 박재홍의 타구가 세이프든 아웃이든 상관없이 포스트시즌의 막을 여는 게임이니 특유의 '기선 제압용' 쇼맨십을 발휘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김 감독이 없었으니 아무 일도 없었다.
이틀 뒤인 3일 역시 문학구장에서 펼쳐진 3차전. 인천 출신인 베테랑 김호인 씨가 구심으로 마스크를 썼다. 하지만 인천 연고인 SK와 경기에 인천 출신 심판이 주심을 본다고 김인식 감독이나 한화 구단으로부터 어떤 항의도 없었다. 경기는 별다른 판정 시비 없이 역시 물 흐르듯 흘러갔다.
김응룡 감독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번엔 단순 가정이 아니다. 지난 1996년 인천 연고이던 현대와 한국시리즈에서 김응룡 당시 해태 감독은 4차전에서 정명원에게 노히트노런을 당한 뒤 "인천 출신인 H씨가 구심을 맡은 건 잘못"이라며 격하게 항의한 전력이 있다.
김응룡 감독은 사령탑 마지막 해인 지난해 한국시리즈는 김 감독의 기아의 고의 져주기 논란을 일으키자 김재박 현대 감독이 박종호의 위장 부상 의혹으로 맞받아치면서 시작 전부터 그라운드가 술렁였다. 22년의 감독 생활 동안 덕아웃 의자 박살내기, 카메라에 발길질하기 등 숱한 '사건'을 일으켰던 김 감독이 떠난 현장은 사위가 고요하기만 하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준플레이오프 1~3차전 세 경기에선 판정 항의가 양 팀 모두 한 번도 없었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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