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우와 채병룡의 3년 전 '인연'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10.06 09: 07

2002년 7월 인천 문학구장에서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렸을 때다. 이해 처음으로 ‘닥터 K’ 선발대회가 열렸다. 타자들의 홈런 레이스처럼 투수들도 경쟁 분야를 만들어 팬들의 관심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선수들과 야구 관계자들도 “누가 과연 최고의 제구력을 갖고 있냐”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경기는 홈플레이트 뒤에 세워진 가로 1m, 세로 1m의 사각형 틀에 다시 9개의 칸을 만들고 여기에 누가 많은 공을 넣는가 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각 칸의 점수는 사각형 틀의 중심으로 갈수록 높았다. 팬 투표에 의해 서군 올스타 베스트10에 선발됐던 한화 송진우(39)가 ‘닥터 K’ 예선전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여기저기서 동료, 후배들의 덕담이 쏟아졌다. “형이 지금까지 최고 점수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인데”, “돈 생기겠네” 등. 그 때 동군에서 한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오는 게 보였다. “내 생각에는 저 선수만 이기면 우승이야. 제일 조심해야 할 걸”. 마침 송진우 곁에 있던 기자가 이렇게 말하자 송진우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가? 제구력이 그렇게 좋은가?”. 그 동군의 선수는 아닌 게 아니라 2위로 예선을 통과, 송진우와 결승 맞대결을 벌였다. 그가 바로 SK 채병룡(23)이다. 송진우가 ‘조심하라’는 말에 의아해 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당시 채병룡은 2년차 선수였다. 그것도 데뷔 첫 해 1군 경기 기록이 거의 없어 2003 시즌에 신인왕 후보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감독추천 선수로 올스타전 출장 당시 연봉 1800만 원이라 올스타전 출전 선수 중 최저연봉을 받고 있을 만큼 무명에 가까웠다. 다만 기자는 채병룡이 신일고 시절 투수보다는 타자로 뛰었던 시간이 더 많았고 SK에 입단해서는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기분으로 투수코치들이 처음부터 다시 가르친 선수라는 점, 그 덕분에 군더더기 없는 투구 폼에 부드러움까지 갖춰 제구력이 좋다는 점, 거기다 신인답지 않게 비교적 배짱도 있다는 점 등을 알고 있었다. 겁 없는 새내기들이 이런 잔치에서 큰 일을 벌일 수도 있겠다는 까닭 모를 예감까지 들어 송진우에게 ‘가장 강력한 적수’라고 말했던 것이다. 이날 결과는 예선과 달리 채병룡이 던진 볼이 고득점 칸을 더 많이 통과, 첫 ‘닥터 K’가 되었다. 상금 200만 원은 역전승을 거둔 채병룡에게 돌아갔다(이듬해인 2003년 ‘닥터 K’ 칭호도 채병룡이 가져갔다). 당시에도 벌써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이었던 송진우가 이름도 낯선 2년차 중고신인 채병룡에게 가볍게(?) 한 대 맞은 사건이었다고나 할 까. 아무튼 송진우로서는 ‘채병룡’이라는 이름을 확실하게 기억하게 된 계기가 됐을 것임은 분명하다. 이제 3년의 시간이 더 흘러 둘은 6일 오후 대전구장에서 물러설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친다. 준플레이오프 5차전 선발 투수로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가 그들의 어깨에 걸려 있다. 3년 전에는 우승 상금 200만 원만 ‘양보’하면 나머지는 아쉬울 것이 별로 없는 맞대결이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이제는 채병룡을 잘 아는 송진우가 웃을지, 나이를 잊고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배에 대한 존경심이 더 깊어진 채병룡이 웃을지 몇 시간 후면 결판이 난다. 박승현 기자 nanga@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