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야구 선배로서, 또 지도자로서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지난 7일 세 번째로 롯데 사령탑에 부임한 강병철 감독과 대화 중 나온 발언이다. 1946년생인 강 감독은 우리 나이로 치면 60대 감독이다. 계약 기간도 2년임을 생각하면 내년 시즌 성적이 아주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던진 질문이 “젊은 선수 발굴보다는 성적에 더 신경 써야 하는 것 아닌가”였다. 물론 강 감독은 “롯데 팬들은 내년 시즌 4강 이상의 성적을 내길 간절히 바랄 것이다. 구단도 그것을 원하고 있고 그 동안 부진을 생각하면 꼭 달성해야 할 목표”라고 대답했다. 이에 앞서 현재의 롯데 전력에 대한 질문에 “특히 투수진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좋은 선수들을 많이 뽑았다. 용병으로 타선의 중량감만 높이면 현재 전력도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어 ‘4강 목표’는 곧 신인급 선수들에게 그만큼 기회가 덜 가게 될 것이라는 말로 들렸다. 하지만 강 감독은 ‘야구 선배’라는 논리로 이런 가늠을 간단하게 뒤집었다. 강 감독이 사령탑을 맡았을 때 훌쩍 큰 젊은 선수들이 많다. 박정태 전준호 김민재 박계원 염종석(이상 롯데) 이영우 송지만 임수민(이상 한화) 이진영 이호준 채종범 채병룡(이상 SK) 등 . 대체적으로 프로 입단 당시보다는 그 뒤에 더욱 빛을 발휘한 선수들이다. 대부분 당장의 성적에 관계없이 인내심을 갖고 육성에 나서면서 꾸준히 출장 기회를 줬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 때문인지 염종석을 비롯 위에 열거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강 감독이 팀을 떠난 뒤에도 꾸준히 연락을 취하고 있고 개인적인 신상 문제까지 상의하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강 감독은 이들이 제 몫을 하기 전에 팀을 떠나야 했다. 특히 한화 SK에서 그랬다. 공교롭게도 한화는 강 감독이 경질된 이듬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고 SK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또 두 팀은 그 뒤 한국시리즈 마당을 밟지 못했다. 올 해 한화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 1999년 우승 이후 처음이다(롯데는 강 감독의 후임 김용희 감독이 부임 2년째인 1995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1998년 재임기간까지 한국시리즈에 다시 올라가지 못했다). 강 감독의 이런 ‘전력’을 들춰내며 “이제는 유망주 육성보다는 성적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지만 강 감독은 ‘성적 우선론’을 인정하면서도 끝내 선배의 책임론도 포기하지 않았다. SK 감독에서 물러난 뒤 이진영 이호준의 활약을 두고 “그래도 내 손때가 묻었다고 생각하는 선수가 잘 하면 기분이 좋다. 감독이 당장 성적을 내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떠난 뒤 이런 장면을 보는 것도 보람”이라고 토로한 것을 다시 생각나게 했다. 감독 목숨이 파리 목숨인 것은 전 세계 어느 프로야구판이라도 똑같다. 더구나 롯데는 당장의 성적이 어느 구단보다 중요하다. 이 점을 잘 알면서 자신의 지도자관을 지키려는 강 감독의 발언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한 구단을 3번째로 지휘하게 된 강 감독이 당장의 성적과 유망주의 발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도 부산 팬들은 이왕이면 둘 다 성공하기를 바랄 것이다. 박승현 기자 nanga@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