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흔이가 한 개 쳐주겠죠. 어제는 투수 리드가 좋았던 걸로 만족이지만". 홍성흔(28)이 김경문 두산 감독을 천재로 만들었다. 9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 앞서 덕아웃에서 기자들에 둘러싸인 김 감독은 1차전에서 선발 라인업 9명 중 유일하게 안타를 치지 못한 홍성흔 얘기를 꺼냈다. 김 감독은 "오늘은 홍성흔이 해주겠지"라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었다. 김 감독의 예상이 맞았다. 경기 초반 흐름은 두산이 상당히 안 좋았다. 1회와 2회 연속 선두타자 장원진과 안경현의 안타와 보내기 번트로 1사 2루의 기회를 잡았지만 날려버렸다. 선발 맷 랜들이 리오스처럼 상대를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두산 덕아웃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3회는 삼자범퇴를 당한 뒤 4회말 두산 공격. 김동주가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난 뒤 홍성흔이 타석에 섰다. 초구 헛스윙한 뒤 2구째 파울을 내 2-0의 궁지. 하지만 3구째가 다시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자 홍성흔은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3-유간을 뚫는 땅볼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후론 술술 풀렸다. 안경현의 연속안타와 손시헌의 볼넷으로 만루를 만든 뒤 김창희가 포수 플라이로 물러나 투아웃이 됐지만 전상렬의 행운의 우익선상 2루타와 장원진의 2타점 우전 적시타가 잇달아 터져나왔다. 4-0. 김경문 감독의 예언 아닌 예언대로 모든 건 홍성흔의 방망이에서 시작됐다. 7회에도 좌전안타를 터뜨려 4타수 2안타를 기록한 홍성흔은 경기 후 "1차전에서 홀로 무안타여서 위축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답게 "그런 게 어딨어요? 그냥 나가서 휘두르는 거죠"라며 쾌활하게 물었다. 하지만 다시 묻자 말이 달라졌다. "사실은요. 집에 가서 기도했죠". 타석에서 활발한 공격뿐 아니라 1,2차전에서 리오스-랜들 용병 듀오를 합작 15이닝 1실점으로 이끌었으니 기도의 효험은 대단했다. 잠실=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