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리그 챔피언결정전이 소프트뱅크 호크스-롯데 마린스 카드가 되면서 재미있는 매치업도 생겨났다. 양 구단 관계자들의 출생과 국적과 관련한 것들이다.
우선 대만의 야구 영웅 왕정치 감독과 한국의 야구 영웅 이승엽의 대결이다. 왕정치 감독은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부친이 중국인이고 국적도 대만이다. 대만에서 왕 감독의 인기는 2002시즌 소프트뱅크(당시는 다이에)가 오릭스와 대만에서 공식경기를 치른 것 하나로도 쉽게 알 수 있다. 이승엽이야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비록 감독과 선수로 만나는 것이지만 두 영웅의 명예도 걸려있다. 왕 감독은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2위 팀 세이부에 발목을 잡혀 일본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같은 전철을 되풀이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승엽으로선 올 시즌 소프트뱅크전에서 약했던 징크스를 깨야 할 처지.
양 구단의 구단주들은 알려진 대로 모두 한국계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해 다이에 호크스를 인수,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됐다. 롯데 구단주는 신격호 회장이다.
재일동포 3세인 손정의 회장은 16세 때인 1972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손’이라는 한국 성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도 일본에서 부르는 이름이 ‘손 마사요시’로 한국 발음대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도 차별을 의식하거나 사회활동의 편의를 위해 별도 일본식 성과 이름을 쓰는 경우가 많은 현실을 생각하면 손 회장이 자신의 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여러 개의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정서상 한국에 가장 가까운 일본 기업이다. 롯데 마린스가 이승엽을 스카우트한 것도 신격호 구단주와 아들인 신동빈 구단주 대행의 의지가 강력하게 작용했다.
양 구단 용병들의 국적도 흥미롭다. 롯데가 ‘미국산’이라면 소프트뱅크는 ‘중앙 아메리카산’이다.
롯데 투수 세라피니와 외야수 프랑코, 비록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는 제외됐지만 외야수 파스쿠치는 모두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베니는 하와이에서 대학까지 다녔지만 어쨌든 미국은 미국이다.
소프트뱅크의 중심 타선을 이루는 술레타는 파나마에서 태어났다. 보통 중남미 용병들이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진출, 야구를 하는 것과 달리 파나마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내야수 바티스타는 도미니카공화국, 내야수 카브레라는 콜롬비아 국적이다.
야구라는 인연으로 한 자리에서 만났지만 나의 승리를 위해 남을 꺾어야 하는 이들의 대결 결과가 주목된다.
박승현 기자 nang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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