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를 앞둔 두산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대체로 일치했다. 장원진 안경현 등 베테랑들이 즐비한 타선이야 제 몫을 해주겠지만 경험이 일천한 투수들, 특히 신예 위주로 짜인 불펜이 큰 경기의 중압감을 버텨내겠냐는 물음표가 따랐다.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행을 확정지은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은 그런 의문의 싹을 잘라냈다. 특히 10일 3차전은 백미였다. 김경문 감독조차 "일찍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내보낸다"고 했지만 포스트시즌 등판이 난생 처음인 고졸 루키 김명제(18)는 위축되거나 흔들리는 기색 없이 5이닝을 무실점(4피안타 1볼넷 3탈삼진)으로 버텨내 승리까지 따냈다. 만 19세 생일도 지나지 않은 김명제의 승리는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사상 최연소 승리다. 이혜천이 원포인트 릴리프로 다리를 놓은 뒤 등판한 이재우-정재훈 두 불펜 투수도 포스트시즌의 무게감을 싱싱한 어깨로 잘 버텨냈다. 6회 등판한 이재우(25)는 1-0으로 앞서던 7회 연속안타를 맞고 1사 1,3루에 몰렸지만 백재호와 조원우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는 위기 돌파 능력을 보여줬다. 이재우 역시 이날 경기가 프로 데뷔 후 5년만에 포스트시즌 첫 등판이었다. 올해가 마무리 첫 해인 3년차 정재훈(25)도 1-0의 살 떨리는 리드 상황에서도 9회를 삼자범퇴로 잘 막아냈다. 정재훈 역시 이날 경기가 데뷔 첫 포스트시즌 세이브다. 올 시즌 홀드와 세이브 전체 1위에 오른 이재우와 정재훈은 페넌트레이스 활약이 거품이 아니었음을 한판으로 확실하게 증명해 보였다. 이재우-정재훈을 축으로 한 두산 불펜은 이날까지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합작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리오스-랜들-김명제의 선발 만큼이나 완벽한 투구를 했다. 무실점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3경기에서 23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볼넷을 한 개도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적장인 김인식 한화 감독조차 "두산 불펜 투수들 특히 이재우가 공격적으로 카운트를 잡고 들어오는 바람에 스퀴즈나 다른 작전을 구사하기가 힘들었다"며 "위기 때마다 풀어가는 결정구로 치기 힘든 공을 넣는 걸 보면 역시 좋은 투수들"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MVP 전상렬 등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 공신들은 많지만 데뷔 후 포스트시즌 첫 승-첫 홀드-첫 세이브로 3차전 합작 완봉승을 따낸 젊은 마운드 트로이카의 활약도 결정적이었다. 젊어서 힘이 넘치는 이들이 플레이오프를 통해 포스트시즌 등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낸 만큼 삼성과 한국시리즈가 더욱 볼 만하게 됐다. 잠실=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왼쪽으로부터 김명제 이재우 정재훈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