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는 ‘파문’이라고까지 이름 붙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2년 전 그 일을 ‘제3차 선동렬 파문’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과 두 시즌만인 올 가을, ‘제3차 선동렬 파문’의 주요 등장 인물들이 포스트시즌의 주역이 돼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2003 시즌이 끝난 뒤 두산은 갑자기 사령탑 교체 소용돌이에 말렸다. 구단에서 선동렬 KBO 홍보위원을 내정했다는 보도가 연이어 흘러 나왔다. 하지만 공식 발표만 남겨 놓은 듯했던 선 위원의 감독 취임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코칭스태프 선임을 둘러싼 갈등으로 알려졌다. 결국 구단 사장과 선 위원의 만남에서도 합의점을 찾을 수 없었고 선 위원은 얼마 있다가 삼성 수석코치로 계약했다. 와중에 가장 피해를 당한 사람은 당시 두산 사령탑을 맡고 있었던 김인식 감독이었다. 1995년 부임 첫 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2001년에는 삼성 김응룡 감독과 맞대결을 벌여 팀의 V3를 이루어 냈지만 허무하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변변한 지원도 없이 선수단을 이끌었던 김인식 감독으로서는 제자인 선 위원(김인식 감독이 해태 코치로 있을 때 선수였다)에게 밀려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닌데 그나마 ‘불발’로 그치는 바람에 어이없게 유탄을 맞은 격이 돼 버렸다. 김인식 감독에 이어 사령탑에 오른 김경문 감독도 속 편할 상황은 아니었다. 우선 모양새가 영 그럴 듯하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 역시 선 위원의 고려대학교 선배다. 후배가 오려다 만 자리에 대신 올라 앉은 격이 돼 버렸다. 거기다 성적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김인식 감독 재임시절보다 성적이 떨어지면 그 동안 곶감 빼먹듯 선수를 내보낸 구단은 물론 공연스레 자신까지 욕 먹을 판이었다. 그렇게 ‘제3차 선동렬 파문’은 찜찜하게 마무리 됐다(굳이 제3차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선동렬 감독의 거취가 결정날 때마다 야구판이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프로에 들어올 때 해태와 갈등을 벌이는 바람에 실업팀 한국화장품에 잠시 입단한 적이 있었다. 1995 시즌을 마치고 일본에 진출할 때도 해외진출의 허용여부, 또 주니치냐 요미우리냐로 홍역을 치렀다. 당시 선 감독의 주니치행 후유증으로 해태는 사장과 단장이 동시에 경질된 바 있다). 김인식 감독을 좋아하는 많은 야구팬들에게는 기쁘게도 또 결과적으로 한화 팬들에게도 다행스럽게 김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팀을 4년만에 다시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한화가 4위를 차지한 것도 당초의 예상은 넘는 좋은 성적이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SK를 3승 2패로 제압하고 플레이오프 마당까지 서는 데 성공했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패하기는 했지만 김 감독의 지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올 시즌이었다. 한화 팬이 아니더라도 ‘역시 김인식’이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을 만큼 김인식 감독은 복귀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김경문 감독 역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실을 얻었다. 지난해 하위권 전력이라는 예상을 깨고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기아를 2-0으로 셧아웃 시켰다.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에 1승 3패로 물러나긴 했지만 ‘잘 했다’는 칭찬일색이었다. 올 시즌 김경문 감독은 플레이오프에 직행, 지난 해의 성적이 단순한 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해 보였다. 아울러 한화를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올라 팀의 4번째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처음 두산 사령탑에 부임할 당시 의외의 인물이라던 평은 이제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다. 김경문 감독은 선수단 지휘 뿐 아니라 구단과의 관계에서도 뚝심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한국시리즈에서 그 때 그 파문의 주인공 선동렬 삼성 감독이 등장하게 된다. 김인식 감독, 김경문 감독 등 두 명의 감독은 2년 전 그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 지도자로 자신의 입지를 더 굳히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선 감독은 어떻게 될까. 물론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해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면서 선 감독도 성공적인 데뷔 첫 해를 보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최다진출(올해까지 10회)에 비해 우승은 단 한 번뿐인 팀 사정을 고려하면 시리즈 우승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 만약 두산에 패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선 감독의 데뷔 첫 해는 적어도 삼성팬들에게는 ‘절반의 성공’으로 비춰질 확률이 높다. 세상사 돌고 돈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일깨워준 세 감독의 행보였지만 ‘제3차 선동렬 파문’의 결론은 아무래도 이번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내야 할 것도 같다. 그러고 보면 준플레이오프 탈락팀 SK도 3차 파문의 예고편에 등장한 바 있다. 2002시즌을 마칠 무렵 SK는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 있던 강병철 감독을 경질하기로 하고 선동렬 감독과 접촉한 적이 있었다. 선 감독과 학연을 갖고 있는 구단의 모 프런트가 적극적으로 나서 영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SK 그룹의 오너 가족까지 선 감독과 면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 감독은 망설임 끝에 KBO 홍보위원으로 1년 더 남는 쪽을 택했고 SK는 강병철 감독을 하차 시키는 대신 조범현 감독을 영입했다. 박승현 기자 nanga@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