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의 '독한 야구'와 '불문율' 논란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10.11 16: 24

사례 하나. 지난 2001년 메이저리그 애리조나-샌디에이고전에서 애리조나 선발 커트 실링은 8회 2사까지 퍼펙트게임을 이어갔지만 벤 데이비스가 기습 번트안타로 이를 깨버렸다. 밥 브렌리 애리조나 감독은 경기 후 "비열한 짓"이라고 데이비스를 맹비난했지만 언론은 브렌리 감독에게 포화를 퍼부었다. 데이비스가 번트를 댈 당시 스코어는 2-0이었다. 어떻게든 살아나가기만 하면 홈런 한 방에 동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상대 투수가 경기 후반까지 퍼펙트게임이나 노히트노런을 이어갈 경우 번트를 대지 않는다'는 불문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승부가 우선이라는 지적이었다. 사례 둘. 2000년 7월 16일 수원구장에서 펼쳐진 현대-해태전. 현대 선발 김수경은 8회까지 삼진 12개를 잡으며 노히트노런을 이어갔지만 9회 1사에서 해태 용병 타바레스가 투수와 2루수 사이로 기습 번트를 대 이를 깨버렸다. 투구수가 130개를 넘긴 김수경은 결국 곧바로 강판, 완투승까지 날렸다. 당시 스코어는 11-0이었다. 기아가 두 달 전인 그해 5월 18일 한화전에서 송진우에게 노히트노런을 당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타바레스의 번트는 최소한의 신사적인 행위를 담보하는 야구의 불문율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었다. 불문율은 말 그대로 활자로 못박은 규범은 아니지만 프로야구에 몸담고 있는 선수와 지도자들이 따르기로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제2의 규칙이다. 위에 든 두 가지 사례는 극단적인 경우여서 시시비비를 가리기 비교적 쉽지만 그렇지 못한 사례도 있다. 지난 9일 한화-두산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빚어진 경우다. 두산은 6-1로 비교적 여유있게 앞서던 경기 후반 세 차례나 투수 교체를 하고 8회 대타 최경환을 냈다가 한화가 좌완 윤근영을 내자 이승준으로 다시 타자를 바꿨다. 이에 대해 한화 쪽은 대놓고 말은 안 해도 불쾌한 표정이 역력했다. "김경문 감독이 독하게 야구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화의 불쾌함은 6-1 다섯 점 차에서 그것도 8회말에 좌우완 투수 매치업에 따라 대타를 또다시 교체한 게 '여유있게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불문율에 어긋난다는 것에 근거한다. 여기서 두 가지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대타 최경환을 다시 이승준으로 바꾼 김경문 감독의 선수 교체에 한화 벤치를 약올리거나 자극하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었냐는 점이다. 당사자를 빼곤 누구도 모를 일이다. 일단 김경문 감독은 3차전에 앞서 "감독으로서 다음 경기들을 생각해 당연한 선택이었다"며 비신사적인 행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따져볼 건 6-1이 여유있는 점수차였냐 아니냐다. 선발 라인업 전원이 홈런을 칠 능력이 있는 요즘 야구에서 5점 차가 안전하지 못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화 타선이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음을 감안하면 두산이 승리를 장담하기에 충분한 점수로 보이기도 했다. 다시 김경문 감독의 설명을 들어보자. 김 감독은 "던지지 않은 불펜 투수들을 가동해 볼 필요가 있었고 2차전 막판에 점수를 줬다면 3차전 이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며 "3차전을 지면 대전으로 승부가 이어지게 돼 힘든 상황이 되는 만큼 감독으로서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한화가 내심 불쾌해한 부분이 바로 여기다. 3차전 이후 승부를 위해 다 이긴 경기에 상대방에게 못을 박으려 했냐는 것이다. 논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9회초 한화의 마지막 공격만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6-1은 안전한 점수 차였나 아니었나, 또 이긴 경기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에서 '최선'은 어디까지인가다. 불문율은 확정돼서 쓰여진 규칙이 아닌 만큼 판단은 이날 경기를 지켜본 팬들 스스로 내려야할 것 같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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