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팬들 적어도 이승엽 팬들에게 롯데 마린스 밸런타인 감독은 때로는 야속한 존재다. 12일 열린 퍼시픽리그 챔피언결정전 첫 판도 그랬다. 이승엽이 선발에서 제외되더니 끝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올 시즌 6타수 무안타로 절대 열세인 좌완 스기우치가 상대 선발인 데다 이승엽이 올 시즌 소프트뱅크전에 강한 면모를 보이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야속한 마음을 아주 지우기는 어렵다. 큰 것 한 방이 승패의 향방을 좌우할 때가 많은 포스트시즌에서 팀 내 최다 홈런을 날린 이승엽을 꼭 제외해야 했나 하는 것이 야속함의 근거다. 더구나 세이부 라이온스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좋은 타격을 보여준 다음이 아닌가. 하지만 1차전을 보면서 밸런타인 감독에게 야속함보다는 ‘졌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웬만하면 트집을 잡고 싶었지만 나무랄 데 없는 기용에 완벽한 작전이었다. 먼저 선발명단부터. 이승엽 대신 들어온 오쓰카가 톱타자로 나섰다. 시즌 때도 보기 힘들었던 일이다. 오쓰카는 4회 동점을 만드는 물꼬를 트는 등 5타수 2안타로 제 몫을 해줬다. 베니의 전진배치도 주효 했다. 시즌 막판 컨디션 난조로 2군에 가 있었고 플레이오프에서 6타수 2안타를 기록했던 베니가 6번에서 5번으로 올라섰다. 스기우치에게 5할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베니는 스기우치에게는 볼넷 하나(2타수 무안타)를 얻는 데 그쳤지만 결국 8회 1사 2,3루에서 결승 2타점 적시타(상대투수 요시타케)를 날렸다. 베니가 결승타점을 올린 8회는 밸런타인 감독 작전의 승리이기도 했다. 무사 1루에서 타석에 나온 후쿠우라는 초구부터 보내기 번트 자세를 취했다. 마운드에 좌완 스기우치가 있었던 데다 후쿠우라는 1회부터 두 타석 연속 삼진을 먹었고 6회 세 번째 타석에서야 좌익수 플라이를 쳤다. 2-2 동점 거기다 후반이니 한 점이 꼭 필요한 상황이기도 했다. 하지만 후쿠우라는 스기우치가 3구째 가운데 높은 직구(볼카운트 1-1)를 던지기가 무섭게 번트자세를 풀고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버스터는 기가 막히게 들어맞아 타구는 우익수 옆을 지나 펜스에 원바운드로 맞는 2루타가 됐다. 무사 2,3루가 되면서 분위기는 롯데로 넘어갔다. 투수 교체도 깔끔했다. 2-1로 앞선 6회 2사 1루에서 선발 세라피니가 마쓰나카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지만 곧바로 오노로 교체했다. 이 때까지 4피안타 볼넷 2개, 1실점으로 호투하고 있었던 데다 투구수도 81개에 불과했는데도 미련을 두지 않았다. 좌타자인 마쓰나카가 친 타구가 비록 잡히기는 했지만 제대로 맞았다고 본 것이다. 물론 오노는 유격수 땅볼로 다음 타자 술레타를 처리했다. 지난 해에 이어 올 시즌도 밸런타인 감독은 수시로 타선을 바꿨다. 136경기를 치르면서 127번이나 전날과 타순이 달랐다. 지난해는 일본야구에 대한 파악이 덜 된 듯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그래서 결국 4위에 머물렀다) 올해는 페넌트레이스에서도 적중률이 높았다. 현미경 야구로 불릴 만치 전력분석 요원이 많은 일본인데도 그것도 모자라 자신이 데려온 푸포 전력분석관을 따로 활용하고 있는 밸런타인 감독의 분석야구가 포스트시즌 1차전에서 빛을 발한 느낌이다. 물론 이승엽의 결장 부분도 이런 차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결과가 좋으니 속은 좀 아프더라도 참을 수밖에 없다. 감독은 이기기 위해서 경기에 나서는 것이니까. 박승현 기자 nanga@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