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실패'를 '성공'으로 바꾼 삼성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10.15 17: 53

타자가 벤치의 사인을 소화하지 못하면 부담을 느끼게 된다. 상황이 한국시리즈 1차전이라면 부담은 몇 배로 증가한다. 자칫 경기흐름을 끊어 놓기 쉽고 종종 패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15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삼성 타자들은 몇 번이나 벤치의 사인에 따르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로 좋았다. 한두 번도 아니고 결정적인 순간에서 무려 4번이나 이런 일이 생겼다. 0-2로 뒤지던 삼성은 3회, 연속 몸에 맞는 볼로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다음 타자 김종훈은 두 번이나 버스터를 시도했다. 하지만 번번이 파울. 볼카운트 2-2가 됐지만 선동렬 감독은 강공 대신 스리번트를 택했다. 파울이 되면 그대로 삼진 아웃될 어려운 상황에서도 김종훈은 볼 하나를 잘 고른 다음 6구째 리오스가 던진 볼을 정확히 3루 파울라인 안쪽으로 굴렸다. 파울에 대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다면 투수 정면 쪽으로 타구를 보낼 수도 있었을 텐데 가장 이상적인 코스로 번트 타구를 보냈다. 1사 2,3루가 됐고 삼성은 한 점을 만회, 추격을 시작했다. 다시 1-2로 뒤진 5회 무사 1루. 선동렬 감독의 보내기 번트 사인이 나온 듯 김종훈은 초구부터 번트를 시도했다. 하지만 1,2구 연속 파울. 아웃 카운트 하나 그냥 까먹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려는 순간 김종훈은 5구째(볼카운트 2-1)를 밀어 쳐 아슬아슬하게 우측 파울라인 안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만들었다. 보내기 번트가 성공했으면 1사 2루가 됐을 상황이 오히려 무사 2,3루로 바뀌었다. 이번에도 흔들리지 않은 김종훈이 스리번트 대신 강공으로 작전을 바꾼 선 감독의 작전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조동찬의 2루 땅볼로 2-2 동점을 만들고 계속된 5회 1사 3루. 박종호가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를 맞을 때 삼성 벤치는 스퀴즈 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볼은 스퀴즈 번트를 시도하던 박종호의 배트가 아닌 손가락에 맞았다. 파울 선언과 함께 통증이 심한 박종호는 김재걸로 교체됐다. 스퀴즈도 실패하고 주전 선수까지 다치게 된 최악의 상황으로 보였다. 하지만 박종호의 볼카운트 2-2를 그대로 갖고 타석에 들어선 김재걸은 볼카운트 2-3을 만들더니 리오스의 6구째를 벼락같이 밀어쳐 우측 외야펜스를 직접 때리는 역전 결승 2루타를 날렸다. 승부가 결정되는 전화위복의 순간이었다. 김재걸은 1차전 삼성의 ‘작전실패’ 후 ‘공격성공’의 마지막 방점을 찍은 선수가 되기도 했다. 7회 무사 1루에서 초구 보내기 번트를 댔지만 이번에도 파울. 선 감독이 강공으로 사인을 바꾸자 마자 3루쪽 파울라인 안쪽에서만 바운드하며 좌익수 옆으로 굴러가는 2루타를 만들어 1루 주자 조동찬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4-2로 앞서는 추가득점이었다. 1차전은 선 감독에게도 선수들에게도 모두 부담스런 경기였다. 1차전이 갖는 의미뿐 아니라 오랫동안 휴식을 갖고 맞이한 첫 실전이라는 점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선 감독은 상황에 맞는 작전변경으로 실패를 극복했고 선수들도 흔들리지 않고 잘 따라줬다. 1차전 승리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요인이었다. 박승현 기자 nanga@osen.co.kr 5회 1사 3루서 스퀴즈 번트에 실패하는 박종호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