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 사상 최장시간 혈투에서 삼성이 웃었다. 1차전 승리에 이어 연승. 7전4선승의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첫 두 게임을 잡은 팀은 모두 우승의 축배를 들었다.
16일 대구구장에서 펼쳐진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2-2 동점이던 연장 12회말 1차전 대타 결승타의 주인공 김재걸의 2루타와 조동찬의 보내기번트로 만든 1사 3루에서 김종훈이 두산 4번째 투수 이재영을 상대로 우익선상 끝내기 안타를 터뜨려 3-2로 승리했다.
양팀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과 정재훈이 모두 3이닝을 던지며 오후 2시에 시작된 경기가 7시가 가깝도록 끝나지 않았다. 4시간 45분만에 마침표를 김종훈의 끝내기 안타로 마침표를 찍어 포스트시즌 사상 최장 시간 종전기록(4시간 36분)을 넘어서는 새 기록을 만들었다.
끝낼 기회는 두산도 있었다. 연장 10회초 두산은 윤승균과 홍성흔이 안지만을 상대로 연속 중전안타를 쳐내 무사 1, 2루를 만들었지만 삼성 최후의 카드 오승환에게 막혀 기회를 날렸다. 단 한개의 실투면 끝이 나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위축되는 기색 없이 정원석과 홍원기 손시헌 3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오승환은 11회엔 선두타자 전상렬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도루를 허용, 무사 2루에 몰렸지만 장원진과 임재철을 범타로 잡고 2사 1, 2루에서 윤승균을 삼진으로 처리, 위기를 탈출했다. 전날 1차전에서 2이닝을 던졌던 오승환은 12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삼자범퇴, 3이닝 무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끝내 팀의 승리를 만들어냈다. 1,2차전에서 1승 1세이브로 신인왕을 넘어 MVP급 활약을 한국시리즈에도 이어갔다.
양 팀 모두 번트 실패에다 진루타도 터지지 않으면서 1-0의 지리한 스코어가 6회까지 이어졌다. 선취점은 두산이 뽑았다. 2회초 선두타자 홍성흔이 볼넷을 고른 뒤 다음 타자 안경현이 삼성 선발 배영수를 상대로 우중간 가르는 2루타를 날려 홍성흔을 곧바로 홈으로 불러들였다. 우익수 김종훈이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못잡았지만 1루 주자 홍성흔이 잡힐 줄 알고 머뭇거리던 터라 홈까지는 무리로 보였다. 그러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파고든 홍성흔의 손이 정확한 송구를 이어받은 포수 진갑용의 태그보다 간발의 차로 빨랐다.
4회까지 단 1안타로 두산 선발 랜들에게 묶여있던 삼성 타자들은 5회에야 기지개를 켰다. 랜들이 유인구 없이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고 들어온다는 걸 노려 김한수와 양준혁이 연속 초구에 안타를 쳐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다음 타자 박진만 역시 초구에 보내기 번트를 댔지만 달려드는 랜들의 글러브에 빨려들며 2루 주자가 3루에서 횡사했다.
1사 1, 2루에서 진갑용 역시 랜들의 초구를 노려 외야로 빨랫줄 같은 타구를 날렸지만 중견수 임재철의 과감한 다이빙 캐치에 걸려들었다. 1차전 대타 결승타의 주인공 김재걸이 볼넷을 골라 2사 만루로 불씨를 이어갔지만 조동찬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결국 한 점을 내지 못했다.
1-0의 스코어가 이어지던 7회 삼성은 동점을 만들었지만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선두타자 양준혁이 볼넷을 고른 뒤 박지만이 우중월 2루타를 날렸지만 발빠른 대주자 강명구를 유중일 3루 주루코치가 막아세웠다.
무사 2, 3루에서 진갑용의 희생플라이로 1-1 동점이 됐지만 이번엔 지나치게 과감한 주루 플레이로 추가 득점 기회를 날렸다. 1사 2루에서 김재걸의 좌전 안타 때 2루 주자 박진만이 유중일 코치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홈으로 뛰어들다 좌익수 최경환의 정확한 직접 송구에 태그아웃됐다.
두산은 곧이은 8회초 공격에서 2사후에 터진 안경현의 적시 2루타로 다시 한 점을 앞서나갔다. 1사후에 김동주가 좌중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대주자 윤승균이 도루와 삼성 세번째 투수 권오준의 폭투로 3루를 밟았다. 2사 3루에서 안경현이 풀카운트에서 6구째 좌중간 담장을 원바운드로 넘기는 인정 2루타를 터뜨려 윤승균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8회 무사 1루에서 등판, 박한이를 병살타로 잡아내며 불을 끈 두산 마무리 정재훈은 9회 첫 타자 김한수를 1루앞 땅볼로 잡아냈지만 대주자 강명구의 대타로 들어선 김대익에게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동점 홈런을 맞았다. 삼성은 전날 1차전에서 대타 김재걸의 결승 2루타에 이어 이틀 연속 대타의 적시타로 기사회생했다.
삼성과 두산은 17일 하루를 쉰 뒤 18일 오후 6시부터 잠실구장에서 한국시리즈 3차전을 펼친다. 3차전 선발 투수 공식 발표는 18일에 나지만 두 감독은 바르가스와 박명환을 일찌감치 선발 예고했다.
대구=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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