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치 않은 어깨에 가혹한 일일지 모르지만 그게 승부니 피해갈 길은 없다. 두산 박명환(28)이 1,2차전 연패로 벼랑 끝에 몰린 팀의 운명을 두 어깨에 걸머지고 18일 한국시리즈 3차전 선발 투수로 출격한다. 역대 22번의 한국시리즈에서 1,2차전을 내준 팀이 우승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 두산으로선 기적 그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벼랑 끝에서 박명환이 나서게 된 건 우연이지만 필연 같다. 병역 비리의 후폭풍을 가장 세게 맞아 꼴찌 후보로 꼽혔던 두산을 여기까지 오게 한 주인공이 박명환이다. 시즌 개막 후 6월까지 석 달간 박명환은 10승 무패, 방어율 2.27를 달리며 시즌 초반 두산이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끌어올렸다. 비운은 어느 비 오는 날 시작됐다. 전반기 막판인 7월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굵은 장맛비 속에 등판했다가(사진) 어깨 통증을 얻었고 그 뒤론 대단했던 위용을 되찾지 못했다. 빗속 등판은 흔한 일 같지만 투수들에겐 모험이다.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도 보스턴 시절인 지난 2000년 탬파베이전에서 우중 등판했다가 어깨를 다쳤다. 회전근이 손상된 마르티네스는 재활로 이겨냈지만 예전의 '외계인' 같은 위력은 사라진 지 오래다. 역시 오른쪽 어깨 회전근 손상 판정을 받은 박명환은 8월 16일 삼성전을 끝으로 마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촉박한 재활 일정 속에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도 제외된 박명환에게 올 시즌 남은 유일한 가능성은 한국시리즈였다. 결국 2패 뒤 3차전이 그의 어깨에 올려졌다. 박명환이 두 달 넘게 한 번도 실전 등판을 하지 않아 크게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2차전 박명환의 불펜 투입을 놓고 끝까지 고민했던 김경문 감독은 "100개 이상 던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몇 이닝만 막아주면 김명제로 뒤를 받치겠다"고 말했다. 김명제뿐 아니라 이혜천을 포함 선발급 3인에 불펜이 총동원될 것이다. 짧더라도 잘 막아낼 필요가 있다. 두산 타선은 한화와 플레이오프 3차전부터 포스트시즌 최근 3경기에서 단 5득점에 그칠 만큼 무기력한 상황이다. 초반 먼저 점수를 내주면 1,2차전을 따낸 분위기가 일거에 삼성 쪽으로 넘어갈 수 있다. 두산을 위기에서 건져냈던 박명환에게 또 한 번 팀을 건져내야 하는 무거운 임무가 주어졌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 박명환에겐 두산을 정상에 올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