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에이스' 콘트레라스, '아메리칸 드림' 되살렸다
OSEN U05000176 기자
발행 2005.10.17 13: 16

시작도 끝도 콘트레라스였다. 1959년 이후 46년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포스트시즌 첫 승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을 확정짓는 마지막 승리도 호세 콘트레라스(34)가 따냈다.
17일(한국시간)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5차전에서 화이트삭스는 선발 콘트레라스의 5피안타 3실점 완투승으로 LA 에인절스를 6-3으로 꺾고 46년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었다. 1차전 패배 뒤 2차전부터 마크 벌리-존 갈랜드-프레디 가르시아에 이어 4경기 연속 완투승으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사상 초유의 기록을 작성한 가운데 콘트레라스의 역투는 1승 이상으로 빛이 났다.
1917년 이후 87년이나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앉지 못한 화이트삭스의 '저주'를 풀어낸 건 콘트레라스였다. 플레이오프 첫 경기였던 지난 5일 보스턴과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콘트레라스는 8회 2사까지 산발 8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2실점으로 막는 빼어난 피칭으로 화이트삭스에 1959년 월드시리즈 1차전 이후 46년만에 포스트시즌 홈 경기 승리를 선사했다. 콘트레라스가 앞장서자 벌리와 가르시아가 뒤를 따랐고 화이트삭스는 보스턴을 3연승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콘트레라스는 에인절스와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지난 12일 1차전에 선발 등판, 8⅓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3실점으로 잘 막아냈지만 타자들이 점수를 내지 못해 패전 투수가 됐다. 하지만 닷새만인 이날 5차전에서 다시 공을 잡은 콘트레라스는 단 3피안타에 2볼넷 2탈삼진 3실점으로 더 완벽하게 막아 기여코 승리를 따냈다.
플레이오프 3차례 선발 등판에서 콘트레라스는 25이닝 8실점의 강철 어깨로 반세기 가깝게 월드시리즈 진출을 기다려온 시카고 팬들에게 감격을 선사했다. 화이트삭스가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이날 에인절 스타디움엔 굵은 가을비가 쏟아졌다. 쿠바를 탈출한 지 꼭 3년만에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선 콘트레라스가 흘리는 감격의 눈물 같았지만 1년전 그를 버린 조지 스타인브레너 양키스 구단주의 회한의 눈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10년 넘게 아마 야구 최강국 쿠바의 에이스로 군림해온 콘트레라스는 지난 2002년 10월 멕시코에서 열린 라틴 아메리칸리그 시리즈 도중 걸어서 국경을 넘어 미국 망명길에 올랐다. 망명을 주선하려는 에이전트들의 숱한 부추김에도 "상품처럼 팔려다니는 메이저리그는 싫다"며 꿋꿋이 버텼던 콘트레라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건 1999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친선경기차 찾은 볼티모어 홈구장 캠든야드였다.
콘트레라스가 앞서 쿠바 아바나에서 열렸던 볼티모어와 첫 경기에서 2회 구원 등판, 시속 98마일(158km)의 광속구를 뿌리며 8이닝을 2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을 사로잡았다면 캠든야드는 콘트레라스의 마음 쏙에 메이저리그에 대한 동경을 싹틔웠다. 그리고 3년 뒤 콘트레라스는 조용히 망명길에 올랐다.
몇달 뒤 보스턴 등 수많은 팀과 경합 끝에 양키스가 4년간 3200만달러에 콘트레라스를 차지했다. '악의 제국'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까지 콘트레라스를 영입한 양키스는 그러나 채 2년도 안 돼 그를 버렸다. 양키스는 한 시즌 반동안 15승 7패, 방어율 4.64로 기대에 못 미친 콘트레라스를 지난해 7월 31일 트레이드 마감일에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트레이드했다. 콘트레라스에 현금 300만달러를 얹어주고 에스테반 로아이사를 받는 조건이었다. "이리저리 팔려다는 건 싫다"며 양키스 입단 당시 트레이드 거부권을 보장받았던 콘트라레스는 양키스의 마음이 자신에서 떠났음을 알고 마지막 순간 거부권을 거둬들였다.
시카고에 새 둥지를 튼 콘트레라스는 지난해 후반 콘트레라스는 지난해 후반기 5승 4패, 방어율 5.30에 그쳤지만 올 시즌 15승 7패, 방어율 3.61로 기대 이상을 해냈다. 특히 시즌 전반 돌풍을 주도하던 갤런드-벌리 원투펀치가 극도의 부진에 빠진 8월말부터 8경기 연속 승리를 따내 클리블랜드의 매서운 추격을 뿌리치고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갤런드와 벌리 등 젊은 투수들이 대부분인 팀 마운드에서 '맏형' 노릇을 해줄 적임자라고 그를 선택한 켄 윌리엄스 단장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를 꿈꾸며 미국 땅을 밟았던 '라틴 에이스' 콘트레라스의 자존심은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팀 양키스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바뀌었다. 땅에 떨어진 건 콘트레라스를 버리고 5년째 월드시리즈 무관에 그치게 된 양키스의 명예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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