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KS는 '별난' 시리즈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10.17 15: 34

지난해 배영수(삼성)의 10이닝 노히트노런을 보고 한국시리즈의 모든 걸 봤다고 생각했다면 섣불렀다. "역대 어떤 한국시리즈 못지 않게 좋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했던 선동렬 감독도 이 정도일 줄 짐작 못했을 것이다. 이제 1, 2차전 두 경기를 했을 뿐인데 9차전까지 갔던 지난해 한국시리즈보다 더 많은 일들이 벌어진 것 같다. 2005 한국시리즈는 참 별난 시리즈다. ▲초년병 시리즈, 다를 줄은 알았지만 김경문 두산 감독이나 선동렬 삼성 감독이나 이번이 사령탑 데뷔 후 첫 한국시리즈다. 하지만 애당초 두 사람 다 '말랑말랑'할 것이라 기대하진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 출범한 프로야구에 1982년 원년 멤버로 뛰어든 김 감독이나 입단 협상이 여의치 않아 85년 상반기에 잠깐 한국화장품에 몸담긴 했지만 곧바로 해태로 방향 선회한 선 감독이나 시작부터 프로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다. 아마추어 실업 야구를 오래 겪은 전임 감독들과 달리 두 감독의 야구엔 어설픈 낭만이 끼어들 곳이 없다. 아무리 멋진 야구를 해도 지면 끝이라는 걸 프로에서 보낸 선수생활을 통해 뼛속 깊이 기억하고 있는 두 사람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모두 이기는 야구를 지향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의 독한 야구에 선동렬 감독은 더 독한 야구로 맞받아치고 있다. ▲스리번트 시리즈, 독할 줄은 알았지만 번트 동작을 취하다 강공으로 전환하는 작전은 기본, 스리번트도 불사. 점수가 많이 나지 않는 단기전에서 보내기 번트는 필수지만 이번처럼 양팀 모두 독하게 번트를 대는 경우도 드물다. 선동렬 감독은 1차전 0-2로 뒤지던 3회 김종훈에게 두 번이나 버스터를 주문했지만 모두 파울이 되자 2-2에서 스리번트로 전환해 풀카운트에서 끝내 성공시켰다. 삼성이 5-2로 뒤집은 역전극의 시작은 스리번트였다. 2차전도 스리번트가 희비를 갈랐다. 이번엔 김경문 감독이 스리번트를 시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2-2 동점이던 연장 10회 무사 1,2루에서 정원석에게 스리번트 사인을 냈지만 볼카운트 2-2에서 정원석이 댄 타구는 1루쪽 파울라인을 넘어가고 말았다. 삼진 아웃. 두산은 이후 두 타자가 내리 오승환에게 삼진을 당했고 결국 연장 12회말 끝내기 안타를 맞고 무릎을 꿇었다. ▲대타 시리즈, 놀랄 줄은 알았지만 준플레이오프(최영필) 플레이오프(전상렬)처럼 한국시리즈서도 깜짝 스타의 탄생을 예상 못한 건 아니다. 심정수가 페넌트레이스 내내 부진했고 김동주도 오랜 부상 끝이라 정상 컨디션이 아니어서 그렇지 않아도 극심한 견제를 받을 양팀 주포보다는 엉뚱한 곳에서 한 방 터질 거라 짐작한 건 당연했다. 그래도 두 경기 모두 대타가 승부를 가를 줄은 몰랐다. 1차전은 번트를 대다 손가락 골절을 입은 박종호로부터 볼카운트 2-2를 이어받은 김재걸이 대타 결승 2루타를 터뜨렸다. 2차전 역시 삼성의 패색이 짙던 9회말 대타 김대익의 극적인 동점 홈런으로 승부가 연장으로 이어졌다. 김대익의 홈런이 터지자 분주해진 건 기자들뿐 아니었다. 오후 8시 15분 동대구역발 KTX 고속열차를 예매해 놓았던 심판들은 부랴부랴 나눠가지고 있던 표를 회수했다. 올해부터 포스트시즌은 최대 연장 15회에 시간은 무제한으로 규정이 바뀌어 언제 경기가 끝날지 짐작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오후 2시 8분에 시작된 경기는 라이트를 밝히고도 한참만인 오후 6시 53분 터진 김종훈의 끝내기 안타로 끝이 났다. 4시간 45분으로 역대 포스트시즌 사상 최장 시간 경기. 표를 물리지 않고 '집으로'의 꿈을 이루게 된 한 심판은 "앞으로 얼마나 더 긴 게임이 나올 지 모르겠다"며 5시간 가까이 서있느라 굳어진 허리를 두드렸다. 프로 원년부터 10번째 한국시리즈 도전만에 처음으로 1,2차전 연승을 달린 삼성은 4연승으로 창단 후 첫 '퍼펙트'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반면 두산은 지난 23년간 어느 팀도 해보지 못한 2패 뒤 우승의 대역전극을 꿈꾸고 있다. 놀라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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