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KS서 2연승, 선동렬 감독은 '복장?'
OSEN U05000293 기자
발행 2005.10.17 17: 06

페넌트레이스 내내 올 프로야구판의 논쟁은 '선동렬의 것'은 무엇이고 '선동렬의 것이 아닌 것'은 무엇이냐를 쳇바퀴처럼 맴돌았다. 사령탑 데뷔 첫 해 삼성을 정규시즌 1위로 끌어올린 게 선동렬(42) 감독의 역량인지, 구단의 천문학적 투자의 산물인지를 놓고 지리한 논란이 이어졌다. 똑 떨어지는 답을 얻기 힘든 논쟁이 이번엔 조금 다른 형태로 바뀌어 다시 떠올랐다. 감독 첫 해 범상치 않은 지도력과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준 선 감독이 처음 치르는 한국시리즈에선 지독히도 운이 따르는 복장(福將)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1차전엔 김재걸의 대타 결승 2루타, 2차전은 연장 끝내기 승리를 만들어낸 9회말 김대익의 극적인 대타 동점홈런. 삼성이 이틀 연속 극적으로 승리를 따내자 관계자들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정말 운도 좋네". "김응룡 감독의 정기를 이어받아서 그런가?". 또다시 논란의 원점으로 돌아와버렸다. 선동렬 감독에겐 올 시즌 대단한 운이라도 작용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선 감독의 실력이 만들어낸 결과일까. 역시 선뜻 답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1,2차전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 것부터 따져보자. 가장 중요한 1차전을 승리한 다음이나 2차전을 극적으로 따낸 뒤에도 선동렬 감독의 얼굴과 몸짓에선 경기 전과 달라진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 "한국시리즈 처음 해봤는데 페넌트레이스랑 다른 게 별로 없네요". 1차전이 끝난 뒤 선 감독이 밝힌 소감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적어도 살떨리는 긴장과 내면의 갈등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은 것만은 분명했다. 초보 사령탑이 꿋꿋하니 선수들도 떨 이유가 별로 없었다. 1차전 대타 결승타를 날린 김재걸은 "감독님이 타석에 들어서는데 '편하게 해, 편하게' 라고 말씀해주셔서 부담감을 덜었다"고 말했다. 김재걸이 긴장을 푼 걸 보니 '편하게'를 외친 선 감독의 표정부터가 편했던 모양이다. 현역 시절 해태에서 정상을 호령한 뒤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에서 나락까지 떨어졌다 재기한 경험이 한국시리즈도 무덤덤하게 치를 수 있는 두둑한 배짱을 길러줬을까. 이번엔 '선동렬의 것이 아닌 것'을 찾을 차례다. 이틀 연속 대타 적시타로 승리를 만들어낸 김재걸과 김대익은 삼성이 아닌 다른 팀이었다면 주전 유격수와 외야수로 뛰고도 남을 선수들이다. 박진만 심정수를 100억 원에 가까운 거액으로 영입한 삼성이기에 벤치 요원들도 다른 팀에 비해 강할 수밖에 없었고 그 효과를 1,2차전에서 톡톡히 봤다. 대타 적시타는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선동렬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완전히 선동렬의 것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 올 시즌 선 감독은 승부처에서 김대익을 꾸준하게 대타 요원으로 기용했다. 부진한 양준혁이 선발 라인업에서 밀려난 경기에서도 양준혁보다 김대익을 왼손 대타로 선택한 경우가 많았다. 삼성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양준혁의 기에 눌리지 않고 오로지 타격감이 좋은 선수로 밀어붙인 건 선 감독이 아닌 다른 초보 사령탑이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지 모른다. 정규시즌에서 꾸준히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김대익이 한국시리즈 같은 큰 무대에서 대타 홈런을 쳐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해태를 한국시리즈 9회 우승으로 이끈 김응룡 감독(현 삼성 사장)은 용장과 맹장 소리를 함께 들었다. 그의 제자 선동렬 감독 역시 선동렬의 것과 선동렬의 것이 아닌 것을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 않을까. 적어도 한국시리즈에선 선동렬 감독에게 실력과 함께 운도 따르고 있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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