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나온 것일까. 롯데 마린스 이승엽(29)의 일본시리즈 역시 험난한 여정이 예상되고 있다. 이승엽은 소프트뱅크스와 챔피언결정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경기에는 선발 출장했고 나머지 두 경기는 대타로 기용됐다. 그나마 5차전에서는 타석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바뀌어 기록상으로만 대타 출장이다. 성적은 9타수 1안타 1득점. 챔피언결정전이 3차전에서 끝났다면 이승엽의 득점이 결승점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날아가는 바람에 색이 바랬다. 정규 시즌 소프트뱅크전에서 부진했던 징크스가 챔피언결정전에도 이어졌고 여기에 좌완 투수가 올라오면 이승엽을 제외한 밸런타인 감독의 용병술까지 더해진 결과였다. 그렇다면 한신전은 어떨까. 최소한 페넌트레이스 때의 기록과 밸런타인 감독의 기용 방식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따진다면 하나도 나아질 것이 없다. 이승엽은 올 시즌 처음 도입된 인터리그에서 3할8리의 타율과 12홈런, 27타점으로 좋은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한신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15타수 1안타로 1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타율이다. 홈런 타점 득점 아무 것도 없다. 그나마 두 경기에서는 결장해야 했다. 한신의 오카다 감독은 이미 일본시리즈 1차전 선발로 좌완 이가와를 내세운다고 예고했다. 올 시즌 13승 9패를 거둔 투수다. 이승엽은 이가와와 올 시즌 맞대결 기록이 없다. 이가와가 등판한 5월 12일 홈경기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밖에 한신의 선발 투수로 예상되는 선수로는 팀 내 최다승 투수인 좌완 시모야나기가 있다. 15승 3패, 방어율 2.99의 성적을 냈다. 이승엽이 한신전에서 기록한 유일한 안타가 바로 6월 5일 고시엔 구장 원정경기에서 시모야나기로부터 빼앗은 것이다. 하지만 이후 두 타석에서는 모두 삼진을 당했다. 한신의 다승 3위 투수는 11승 5패의 우완 안도다. 이승엽의 상대전적은 2타수 무안타. 9승6패의 우완 스기야마와는 역시 맞대결 성적이 없다. 5월 11일 스기야마가 선발로 나왔을 때 벤치를 지켰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신의 마무리 투수 구보다와 맞대결 성적을 살펴 볼 차례다. 2경기에서 만나 3타수 무안타, 삼진 2개를 당했다. 이렇게 한신의 주요 투수들을 상대로 한 전적을 살펴보면 챔피언결정전보다 나을 것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밸런타인 감독이 후쿠오카에서와 똑같은 방식으로 이승엽을 기용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승엽에게 유리한 점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한신과의 맞대결 성적은 소프트뱅크와 달리 단 6경기의 결과라는 점이다. 좌완 이가와는 몰라도 우완 스기야마와 맞대결 전적이 없는 것이 아예 나을 수도 있다. 가능성을 높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가 야외구장에서 벌어진다는 점. 이승엽은 작년부터 후쿠오카 야후돔에 대해 부적응을 호소했다. 볼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처음 토로한 곳도 야후돔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본시리즈는 지바 마린스타디움-고시엔 구장을 오가며 열린다. 최소한 구장 징크스는 없는 셈이다. 마지막 변수는 밸런타인 감독의 의중이다. 롯데는 소프트뱅크스와 챔피언 결정전에서 타선의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점을 실감했다. 사토자키가 홈런을 2방이나 때려주고 5차전 역전 2루타를 날리기는 했지만 타선 전체로는 위압감을 주지 못했다. 집중력과 기동력으로 승부할 밖에 없는데 챔피언 결정전 3,4차전에서 드러난 것처럼 집중력에 의한 득점에는 한계가 있다. 기동력 역시 고사카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태다. 만약 밸런타인 감독이 타선의 중량감에 중심을 둔다면 이승엽의 기용 가능성은 그만큼 커지게 되는 셈이다. 과연 이승엽이 출장기회를 제대로 잡고 또 그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승현 기자 nanga@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