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미러클'이라는 칭호를 독점해 온 쪽은 두산 베어스다. 적어도 한국시리즈 전까지는 그랬다. 병역 비리의 충격파를 가장 세게 맞아 꼴찌 후보로까지 꼽혔지만 개막부터 선두권으로 뛰쳐나갔고 정규 시즌 최종일엔 막판 뒤집기로 SK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플레이오프 관문도 3연승으로 거칠 것 없이 통과한 베어스를 가로막은 벽은 두산보다 더 기적같은 승부를 즐기는 삼성이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1차전 김재걸의 대타 결승타와 2차전 김대익의 대타 동점 홈런으로 이틀 연속 극적인 역전승을 따냈다. 궁지에 몰린 두산은 1,2차전 패배 뒤 4승이라는 프로야구 사상 한 번도 없었던 또다른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니면 삼성이라는 블랙홀에 이대로 빨려들고 말 것인가. ▲타선의 침묵 기적을 꿈꾸려면 방망이부터 살아야 한다. 한화와 플레이오프 3차전부터 한국시리즈 1,2차전까지 세 경기에서 두산 타자들이 뽑은 점수는 모두 5점이다. 투수들이 완봉 완투를 하지 않고는 이기기 힘든 빈타다. 특히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두산은 득점권에서 26타수 2안타, 7푼6리의 극심한 결정력 부족을 드러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몇몇 타자가 아닌 모두의 힘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낸 것처럼 1,2차전 부진의 책임 역시 특정 타자에게 책임을 돌리기 힘들다. 그래도 정규 시즌 내내 중심타선의 앞과 뒤에서 끌고 밀며 달려온 임재철과 김창희의 침묵은 아쉬운 대목이다. 베테랑 장원진과 안경현이 2차전에서 배영수의 빠른 공에도 밀리지 않고 안타를 만들어낸 것은 희망을 갖게 한다. 하지만 관건은 역시 주포 김동주의 방망이다. 1,2차전에서 3개의 안타를 때려냈지만 득점 기회에선 침묵한 김동주가 길목에서 쳐줘야 두산 타선이 살아난다. ▲'김재걸'이 필요하다 "단기전에서 미치는 선수를 누가 말립니까. 우리도 그런 선수가 나오겠죠". 1차전에서 김재걸에게 뜻밖의 일격을 당한 김경문 감독은 두산에서도 '가을 사나이'들이 나서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가 시작되기 전 "왠지 김동주나 홍성흔이 해낼 것 같다"며 구체적으로 지목까지 했지만 아직까지 앞장서는 선수가 없다. 한화와 플레이오프에서 6할대 방망이를 휘둘렀던 전상렬도 6타수 1안타로 침묵하고 있다. 3차전에선 누군가가 삼성 선발 바르가스를 무너뜨려 줘야 한다. 그것도 5회 이전에 빨리 해내야 한다. 1,2차전을 통해 드러난 선동렬 삼성 감독의 투수 기용엔 가차가 없었다. 3차전 역시 리드나 동점 상황이라면 6회부터 한 박자 빨리 불펜을 가동할 것이다. 플레이오프부터 5경기 내리 똑같은 선발 라인업을 고수했던 김경문 감독은 "3차전엔 타순의 변화를 주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속전속결을 위해 전상렬을 전진 배치하고 최경환을 선발 기용하는 등 무게 중심을 상위타선 쪽으로 좀 더 옮겨놓을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을 넘어라 "오늘 긴장된 가운데 그 정도 던졌으니 내일은 더 잘 던질 것이다". "오늘 졌지만 공을 볼 수 있었던 게 소득이다. 내일은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1차전이 끝난 뒤 선동렬 김경문 두 사령탑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1차전에 등판한 삼성 불펜의 두 핵 권오준 오승환을 두고 한 얘기다. 1차전에서 권오준에게 2이닝 무안타에 묶였던 두산은 2차전에선 8회 안경현이 적시 2루타로 권오준을 두들겼다. 하지만 오승환을 상대로는 뒷걸음질을 쳤다. 1차전에서 2이닝 동안 장원진 김동주가 안타를 쳐내며 감을 잡는 듯했지만 2차전에선 3이닝 동안 안타 한 개를 뽑아내지 못했다. 권오준에 관해선 김경문 감독, 오승환에 대해선 선동렬 감독의 예언이 맞았다. 이미 1승 1세이브를 헌납한 오승환을 무너뜨리느냐가 두산에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2차전 연장 11회 전상렬과 문희성이 얻어낸 볼넷 2개가 힌트가 될 수 있다. 1,2차전에서 86개나 던진 오승환도 계속 힘으로 밀어붙이기는 힘든 만큼 성급하게 배트를 내기보다는 끈질기게 물고늘어지는 작전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두산, 또 한 번의 '기적'이 가능할까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10.18 1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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