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운이 따르지 않아 패장이 됐지만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는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김경문(47) 두산 감독은 18일 한국시리즈 3차전서도 패해 3연패를 당하며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7회까지 삼성이 1-0으로 간신히 앞서 승부를 예측할 수 없던 경기가 8회 홈런 2방으로 순식간에 6-0으로 점수차가 벌어지며 두산은 무릎을 꿇고 말았다.
두산으로선 7회까지 2루타를 4개씩이나 때리고도 번번이 후속타 불발로 득점을 올리지 못해 동점내지는 역전 기회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웠다. 7회까지 안타수에서도 5-1로 두산이 앞섰다.
김 감독은 득점찬스를 살리지 못해 패장이 됐지만 이날은 자신이 경기 전 공언한 대로 '번트 없는 야구'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오늘은 5회까지는 번트 없이 강공 야구를 펼쳐보이겠다"며 이전과는 다른 경기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타자들이 편하게 공격에 임해 다득점을 올리겠다는 작전이었다.
김 감독은 말 그대로 주자가 나가도 번트 지시가 없었다. 3회까지는 안타가 2사 후에 나오는 바람에 그냥 지나갈 수밖에 없었고 4회에는 선두타자인 최경환이 2루타를 치고 나갔지만 후속타자 번트 작전은 없었다. 물론 다음 타자가 4번 김동주인 점을 감안하기도 했을 것이다.
또 5회에도 선두 타자 문희성이 볼넷으로 진루하고 후속타자들이 하위타선인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번트작전이 예상됐으나 이번에도 강공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다음 타자 손시헌이 3루 땅볼을 쳐 1루주자 문희성을 2루로 보내는 데는 성공했다. 6회에도 선두타자 전상렬이 2루타로 출루한 후 다음타자 최경환도 2루 땅볼을 때려 전상렬을 3루까지는 무사히 보냈다.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번트없이도 주자를 진루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감독이 경기 전 작전에 대해 공언했다 해도 상황이 발생하면 얼마든지 다른 야구를 펼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승부의 분수령이라고 하는 상황이 되면 '약속'을 지킬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끝까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졌다. 김 감독은 시즌 중에도 본인이 밝힌 내용에 대해서는 경기 중 그대로 밀고 나가는 사령탑으로 정평이 나 있기도 하다. 고집스럽게 보일 정도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보기드문 감독인 것이다.
김 감독이 비록 이번 한국시리즈 정상 정복에 실패한다 해도 그동안 보여준 승부처에서 상대를 지독할 정도로 물고 늘어지는 '독한 야구'와 '약속을 지키는 감독'의 면모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김 감독은 또 '삼성에 잇달아 너무 허무하게 져 자존심이 상해 못살겠다'고 말할 정도로 강한 승부욕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잠실=박선양 기자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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