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승 연패로 길이 갈려버린 한국시리즈는 종착역이 머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김재걸 시리즈'는 도무지 끝날 줄을 모른다. 삼성 김재걸(33)이 방망이와 발, 어깨도 모자라 온 몸을 내던져 한국시리즈 큰 무대를 독점하고 있다. 먼저 방망이. 지난 15일 대구구장에서 펼쳐진 한국시리즈 1차전. 5회말 공격에서 삼성이 2-2 동점을 만들고 이어진 1사 3루에서 스퀴즈 번트를 시도하던 박종호가 손가락에 공을 맞아 볼카운트 2-2에서 김재걸이 타석을 이어받았다. 볼 한 개를 지켜본 김재걸은 풀 카운트에서 자신의 2구째에 오른쪽 담장을 직접 맞히는 2루타를 날렸다. 결승 적시타. 다음은 발과 온 몸. 이튿날인 16일 2차전. 2-2 동점이던 연장 11회 초 삼성 마무리 오승환은 선두타자 전상렬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전상렬은 오승환이 장원진에게 4구째를 던지는 순간 2루 도루를 시도했고 포수 진갑용의 송구가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 유격수 박진만 앞에서 짧게 바운드돼 뒤로 빠져버렸다. 순간 어느새 커버 플레이를 들어간 2루수 김재걸이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김재걸의 몸에 맞고 속도가 죽고 방향이 꺾인 공은 중견수 박한이의 글러브에 들어갔고 주춤하던 전상렬은 3루를 포기했다. 무사 3루의 절대 호기를 놓친 두산은 결국 점수를 내지 못했다. 잠시 뒤 12회 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선 김재걸은 이재영을 상대로 좌중간 2루타를 날렸고 보내기 번트 뒤 김종훈의 우익선상 안타 때 홈을 밟았다. 포스트시즌 사상 최장인 4시간 45분 승부를 마감하는 끝내기 득점. 이번엔 어깨. 하루를 쉰 뒤 18일 잠실구장으로 옮겨 펼쳐진 3차전. 1회 말 두산의 첫 공격 1사 후 타석에 선 전상렬은 바르가스의 공을 잡아당겨 오른쪽 펜스에 맞는 2루타를 날렸다. 발 빠른 전상렬은 2루로 모자란 듯 거침없이 3루로 내달렸다. 펜스를 맞고 나온 공을 잡은 삼성 우익수 김종훈은 외야 잔디까지 나와 기다리고 있던 2루수 김재걸에게 던졌고 김재걸은 40m는 족히 되보이는 거리에서 3루 베이스로 총알 같은 송구를 날렸다. 공은 원바운드로 3루수 조동찬의 글러브에 스트라이크로 빨려들었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한 전상렬을 간발의 차로 태그아웃시켰다. 실점 위기를 넘긴 삼성은 곧이은 2회초 공격에서 두산 선발 박명환의 볼넷과 도루, 폭투로 안타 없이 선취점을 얻었고 이를 끝까지 지켜냈다. 1, 2차전에서 6타수 5안타로 신들린 듯 방망이를 휘둘렀던 김재걸은 이날 4타석에서 안타를 쳐내지 못했지만 홈런보다 값진 송구 하나로 또 한번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3차전까지 방망이로 발로 어깨로 온 몸으로 승리를 만들어내는 김재걸 시리즈로 이어졌다. 시리즈 전까지만 해도 "주전은 아니어도 대수비로 들어갔을 때 팀에 폐는 끼치지 말자"고 다짐했다는 김재걸. 한국시리즈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프로 입단 후 올시즌까지 9년 가운데 대부분을 백업요원으로 보낸 김재걸의 한풀이 시리즈, 거듭 나기 시리즈는 이제 막 시작된 느낌이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