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의 '新야구'가 자리를 잡을 것인가
OSEN U05000293 기자
발행 2005.10.20 09: 51

감독 데뷔 첫 해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기염을 토한 선동렬(42) 삼성 감독은 '국보급 투수'에서 단숨에 '명장'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는 우승과 함께 또하나 '이기는 야구'로 야구계에 화두를 던졌다. 모든 감독들이 염원하는 것이 '이기는 야구'이지만 선동렬의 방식은 우리보다 앞선다는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 등 세계 야구사에서도 보기 드문 독특한 것이었다. 수비를 강조한 '지키는 야구'를 주창한 그는 특히 선발 투수 운용에 있어 다른 감독들과 완연히 대비되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선 감독은 한국시리즈가 시작됐을 때부터 "한국시리즈와 같은 단기전에서는 선발 투수가 5이닝만 열심히 던져 제 몫을 해주면 된다. 그 후는 불펜투수들의 몫"이라며 '선발투수 5이닝론'을 들고 나왔다. 적어도 삼성에서는 시리즈 동안 선발투수의 완투를 기대하지 말라는 주문이기도 했다. 그만큼 중간투수진이 탄탄하다는 것을 믿는 운용방식이기도 했지만 한국시리즈 같은 단기전은 선발투수를 3인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매경기 5이닝만 막게 하고 다음 경기 등판 때 피곤함을 덜어주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선 감독은 공언한 그대로 선발 투수를 5이닝만 던지게 했다. 2차전 선발이었던 배영수만 6⅔이닝을 던졌을 뿐 나머지 3차례 경기에서는 5이닝으로 선발임무를 마치게 했다. 1차전과 4차전 선발투수였던 외국인 투수 하리칼라는 1차전 5이닝 2실점, 4차전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일찌감치 내려왔다. 하리칼라의 투구수는 1차전 63개, 4차전 58개에 불과했다. 대개 선발투수들이 100개 안팎을 던지는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할 때 이 정도 투구수면 완투도 가능한 수치였다. 2차전 배영수는 투구수가 111개였고 3차전 바르가스는 5이닝 무실점에 투구수 75개였다. 사실 투구수에서 볼 수 있듯 하리칼라의 조기 강판은 예상을 뛰어넘는 투수 운용방식이었다. 특히 1차전 같은 경우 3-2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던 상황에서 강판시킨 것은 놀라운 조치였다. 그렇다고 하리칼라의 구위가 급격히 떨어진 상황도 아니었다. 하리칼라가 시즌 때는 허벅지 통증으로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점도 감안했겠지만 그래도 그동안의 투수 운용의 고정관념을 깨는 방식이었다. 권오준-오승환으로 이어지는 '특급 불펜진'이 뒤에 버티고 있는 것이 선 감독의 이런 선발 운용을 가능하게 했다. 권오준은 4게임에 연속 구원등판했고 1승 1세이브로 한국시리즈 MVP에 오른 신인 마무리 오승환도 3게임서 7이닝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처럼 탄탄한 불펜진이 뒤를 받치고 있는 덕분에 선 감독은 선발 투수에게 '5이닝 올인'을 요구했던 것이다. 아무튼 선 감독의 '선발투수 5이닝 올인'전략은 야구계에는 신선한 충격으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인구에 회자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선발투수가 완투나 완봉하는 투수전을 볼 수 없어 '심심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성공한 신(新)야구'였다. 가장 중요한 목표인 한국시리즈 챔피언 등극을 이뤄냈기에 그 누구도 잘못된 운용이라는 '딴죽'을 걸 수가 없는 것이다. 과연 한국시리즈가 5차전 이상으로 길게 갔으면 선 감독의 '선발투수 5이닝 올인'전략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3인 로테이션에 따라 4일만에 마운드에 오르는 게 일반적인 한국시리즈서 투구수 60개 안팎에 머물렀던 선발 투수들은 상대적으로 더 나은 투구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시즌 때 정상 로테이션인 5일 주기에서 하루를 덜 쉰 4일만의 등판이지만 투구수가 많지 않은 탓에 다음 등판 부담이 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래도 전문가들은 선 감독의 선발 조기 강판에 대해서 한편으로는 의아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선발진은 조기 강판으로 휴식을 더 취할 수 있지만 뒤를 받치고 있는 불펜진은 연투로 지치게 되면 시리즈 후반이 힘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가 4차전에서 삼성의 4전전승으로 다소 싱겁게 끝나 선 감독의 '신야구'를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지만 선 감독의 '선발투수 5이닝론'을 바탕으로 한 '이기는 야구'는 야구계에 스토브리그 화제거리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올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LA 에인절스를 맞아 4경기 연속 선발 완투승을 거두며 월드시리즈에 오른 것과 좋은 대비를 이루는 선동렬 감독의 '신야구'다. 박선양 기자 sun@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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