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뉴욕 양키스는 요즘 초상집 분위기다.
올 시즌 양키스의 발목을 잡은 것은 마운드, 그 중에서도 선발 투수진이다. 웬만한 구단 전체 연봉보다 많은 1억 달러를 들여 짠 투수진은 케빈 브라운과 칼 파바노, 재럿 라이트의 줄부상으로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숀 차콘과 알 라이터를 영입하고 왕젠밍, 애런 스몰을 발탁하는 등 무려 14명의 선발 투수를 동원해 지구 우승을 이뤘지만 첫 관문인 디비전시리즈를 넘지 못했다.
23일(한국시간)부터 시작되는 월드시리즈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대결로 2년 연속 양키스 없는 가을 잔치가 벌어지게 됐다. 그러나 양키스는 없어도 양키스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있다. 양 팀 선발 투수로 등판할 8명 중 3명의 직전 소속팀이 양키스다.
먼저 휴스턴. 양키스가 '놓친' 로저 클레멘스와 앤디 페티트 두 백전노장이 로이 오스월트, 브랜든 배키 등 젊은 투수들을 이끌고 애틀랜타와 디비전시리즈, 세인트루이스와 리그 챔피언십시리즈를 넘어 월드시리즈까지 다다랐다.
양키스가 1996년과 1998~2000년 5년 새 4번이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데 주역이었던 페티트는 FA 자격을 얻은 지난 2003년 말 양키스 대신 고향 팀인 휴스턴을 선택했다. 페티트를 눌러 앉히기 위해 직접 나섰던 조지 스타인브레너 양키스 구단주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고 로저 클레멘스까지 은퇴해 난 구멍을 메우려 급하게 케빈 브라운과 하비에르 바스케스를 영입했다.
그러나 페티트를 놓친 대가는 뼈아팠다. 페티트와 절친한 사이였던 클레멘스마저 한 달 뒤 은퇴를 번복하고 휴스턴에 입단한 것. 페티트의 설득과 세 아들의 권유를 받은 클레멘스는 스타인브레너 구단주가 은퇴 선물로 준 허머 승용차까지 돌려주고 고향 팀 휴스턴의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는 페티트가 8월에 팔꿈치 수술을 받고 중도하차하는 바람에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좌절했지만 재결합 2년째인 올 시즌 클레멘스-페티트 듀오는 휴스턴을 창단 44년만에 첫 월드시리즈에 올려놓았다. 반면 바스케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1년만에 애리조나로 떠났고 브라운 역시 2년간 14승 13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양키스의 발목을 잡았다.
올 시즌 나란히 방어율 메이저리그 전체 1,2위를 기록한 클레멘스-페티트가 양키스가 놓친 투수들이라면 이에 맞설 화이트삭스엔 양키스가 '버린' 투수들이 있다. 보스턴과 디비전시리즈 1차전, LA 에인절스와 챔피언십시리즈 최종 5차전에서 승리를 따낸 호세 콘트레라스, 그리고 또다른 쿠바 출신 올란도 에르난데스다.
양키스는 지난 2002년 말 보스턴 등과 치열한 경합을 뚫고 쿠바 대표팀의 에이스 출신 콘트레라스를 4년간 3200만 달러에 영입했다. 그러나 불과 1년 반만에 그를 버렸다. 콘트레라스가 한 시즌 반 동안 15승 7패, 방어율 4.64로 기대에 못 미쳤지만 특히 라이벌 보스턴전에서 형편없이 부진해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의 눈밖에 났다.
콘트레라스는 지난해 7월 31일 트레이드 마감일에 화이트삭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콘트레라스에 현금 300만 달러를 얹어주고 에스테반 로아이사를 받았을 만큼 양키스는 그에 대한 희망을 포기했다. 하지만 콘트레라스는 올 시즌 15승 7패, 방어율 3.61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페넌트레이스 막판 8경기 연속 승리를 따내 클리블랜드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는 데 일등공신이 됐고 플레이오프 들어서도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며 미국 망명 3년만에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정규시즌 선발로 뛰다 포스트시즌엔 불펜 대기 중인 올란도 에르난데스도 양키스가 지난해 말 버린 투수다. 이들 대신 랜디 존슨 등 초호화 진용으로 선발진을 짠 양키스는 디비전시리즈에서 나가떨어졌지만 콘트라레스와 에르난데스는 당당히 월드시리즈에 나서게 됐다.
양키스를 버린 투수들과 양키스가 버린 투수들. 이들이 격돌할 이번 월드시리즈의 최후 승자는 누구일까.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