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맞붙은 이번 월드시리즈는 홈런 등 장타보다는 투수력과 수비, 작전으로 승부를 내는 '스몰볼 시리즈'가 될 것으로 일찌감치 예상됐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한 그대로였고 이유가 있었다.
23일(한국시리즈) 시카고의 US 셀룰러필드에서 펼쳐진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화이트삭스는 5점, 휴스턴을 3점을 뽑는데 그쳤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보스턴과 세인트루이스가 20점(보스턴 11-9 승리)을 낸 것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점수다. 양 리그 팀 득점 1위가 맞부딪친 지난해 월드시리즈와 공격력보다는 투수력에 의존하는 두 팀이 만난 올 월드시리즈의 차이다.
시카고는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14개 팀 중 득점 9위, 휴스턴은 16개 내셔널리그 팀 중 11위에 그쳤다. 메이저리그 공식 통계 기관인 엘리어스 스포츠 뷰로에 따르면 팀 득점이 리그 상위 50퍼센트 안에 들지 못하는 팀끼리 맞붙은 건 월드시리즈 101년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공격력보다는 투수력, 장타보다는 짜내기 야구에 의존하는 두 팀은 1차전부터 적극적인 작전 야구를 펼쳤다. 휴스턴이 3회 브래드 아스머스, 크레이그 비지오의 안타로 만든 1사 1,2루에서 윌리 타베라스의 보내기 번트로 랜스 버크먼의 2타점 2루타를 이끌어내자 시카고는 4-3으로 앞서던 5회말 무사 1,2루에서 클린업 트리오 칼 에버렛에게 희생 번트를 대게 했다.
시카고는 앞선 2회엔 초반부터 히트앤드런을 걸어 휴스턴 내야진을 흔들며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시카고 3루수 조 크리디는 3-3 동점이던 4회 결승 솔로홈런을 날리기도 했지만 수비에서 6회 모건 엔스버그와 7회 크레이그 비지오가 주자를 3루에 두고 날린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잇달아 건져내 마운드와 수비로 지켜내는 스몰볼 야구의 진수를 선보였다.
1차전부터 보내기 번트를 주고받은 휴스턴과 화이트삭스는 정규시즌에서도 희생 번트로 리그 상위권을 달린 팀이다. 휴스턴은 82개로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콜로라도에 이어 내셔널리그 4위, 화이트삭스는 53개로 아메리칸리그 1위를 기록했다. 보스턴이 지난해 12개, 올해 9개 등 2년간 21번밖에 보내기를 대지 않은 것과 비교해 보면 특히 아지 기옌 감독이 이끄는 화이트삭스가 공격적 성향의 아메리칸리그에서 얼마나 스몰볼을 추구해왔는지를 알 수 있다.
2차전 이후 등장할 양팀 선발 투수들을 보면 화이트삭스와 휴스턴은 남은 시리즈에서도 짜내기 야구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팀 방어율 내셔널리그 2위(3.51)인 휴스턴은 로저 클레멘스가 1차전에서 2이닝 3실점으로 기대에 못미쳤지만 클레멘스에 이어 방어율 전체 2위(2.39)에 오른 앤디 페티트가 2차전, 2년 연속 '20승 투수' 로이 오스월트가 3차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팀 방어율 아메리칸리그 2위(3.61)의 화이트삭스는 1차전 선발 투수 콘트레라스에 이어 챔피언십시리즈에서 4연속 완투승을 거둔 마크 벌리-존 갈랜드-프레디 가르시아가 차례로 출격한다. 더구나 화이트삭스엔 시속 100마일(161km)의 광속구를 쏘는 루키 바비 젠크스를 비롯, 정규시즌 3.23의 철벽 방어율을 기록한 막강 불펜이 있다.
1917년 이후 88년만에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화이트삭스와 팀 창단 44년만에 정상 등극 기회를 잡은 휴스턴은 남은 시리즈에서도 계속 '스몰볼 시리즈'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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