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W, '찰떡 궁합' 단장-감독의 WS 도전
OSEN U05000176 기자
발행 2005.10.24 09: 35

메이저리그에서 단장과 감독은 전혀 다른 '종족'인 경우가 많다. 테오 엡스타인이나 폴 디포디스타처럼 20~30대의 명문대 출신 비야구인들이 단장을 맡는 일이 많은 요즘은 특히 그렇다. 직무상 물과 기름일 수 밖에 없는 단장과 감독의 거리는 최근 들어 나이차 만큼이나 더욱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만은 예외다. 켄 윌리엄스 단장과 아지 기옌 감독은 1964년생 동갑내기다. 뿐만 아니라 1980년대 후반 3년간 화이트삭스에서 메이저리그 선수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1986년 처음 만나 올해로 꼭 20년째 친구지간이다.
성격은 정반대다. 스탠퍼드 대학 출신인 윌리엄스 단장은 제리 라인스돌프 화이트삭스 구단주가 현역 시절부터 단장감으로 꼽았을 만큼 차분하고 용의주도하다. 6년간의 화려하지 않은 선수 생활을 마감한 뒤 1992년 스카우트로 변신, 단기간에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마이너리그 총괄 이사를 거쳐 2001년 흑인으론 메이저리그 사상 세 번째로 단장에 임명됐다.
화이트삭스에서만 13년 등 16년간 선수로 뛰면서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명 유격수로 이름을 날린 베네수엘라 출신 첫 사령탑 기옌 감독은 파격적일 만큼 솔직한 입담과 과장된 제스처 등 직설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선수들에게 서슴없이 욕을 내뱉는가 하면 갑작스레 키스 세례를 퍼부을 만큼 엉뚱한 구석이 있다. 어울리는 면이라곤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기옌을 제리 매뉴얼 전 감독의 후임으로 낙점하고 면접하고 사령탑에 올린 사람이 윌리엄스다.
단장과 감독은 친해지기 힘든 사이다. 감독은 당장의 성적에 목을 매지만 단장은 그 해 성적은 물론 그 이상, 구단의 장기적인 비전과 꾸준한 성적을 염두에 둬야한다. 무엇보다 단장은 구단의 예산을 책임져야 한다. 특정 선수의 기용부터 로스터 조정, 트레이드까지 최악의 경우 사사건건 충돌하고 갈등할 수 있다.
20년 지기인 윌리엄스와 기옌 사이엔 갈등이 끼어들 틈이 없다. 둘은 배팅 케이지 앞에서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상스런 말을 섞어 언쟁을 벌이기도 하고 게임이 끝나면 숙소 호텔 바로 자리를 옮겨 못다한 얘기들을 풀어낸다. 화이트삭스 선수들과 코치들은 "둘이 정반대에 가까울 만큼 닮은 점이라곤 없지만 형제처럼 어울린다"고 말한다.
강한 투수력과 촘촘한 수비, 치밀한 작전을 바탕으로 한 스몰볼 야구와 자유분방한 화이트삭스의 덕아웃 분위기는 기옌이 혼자 만든 게 아니라 야구 철학이 맞아떨어지는 윌리엄스와 긴밀한 의사 소통을 통해 만들어낸 작품이다.
메이저리그 사상 세번째이자 현역 유일의 흑인 단장과 베네수엘라 출신으론 사상 첫 메이저리그 감독. 1차전을 승리한 화이트삭스가 88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한다면 윌리엄스 단장과 기옌 감독은 메이저리그 사상 가장 성공한 친구라는 또다른 칭호로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