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먼, 이틀 연속 2타점 적시타도 '물거품'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10.24 12: 40

휴스턴의 한 지역 신문은 얼마 전 랜스 버크먼(29)에게 '앤티 킬러B'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15년 넘게 휴스턴을 이끌고 있는 '킬러B' 크레이그 비지오와 제프 배그웰이 청교도적인 자기 관리와 허슬 플레이로 귀감이 되고있다면 버크먼은 외관상 모든 면에서 정반대다.
한없이 느슨하고 풀어진 모습으로 동료들조차 폭소를 금치 못하는 사고뭉치가 버크먼이다. 아웃카운트를 착각해 투아웃에 덕아웃으로 달려오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외야 수비도 썩 매끄럽지 못하고 주루 실수도 잦은 편이다. "수비를 할 때나 루상에 나가있을 때도 타격 생각을 한다"는 게 버크먼의 변이다.
휴스턴이 버크먼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필 가너 감독은 "어느 때 보면 졸고 있는 것 같다가도 상대 팀 최고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있는 결정적인 승부처가 되면 어김없이 한 방을 날려준다"며 "그런 순간에 떨지 않는 걸 보면 버크먼의 몸 속엔 피가 아닌 물이 흐르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올 시즌 휴스턴의 팀 내 최다 타점을 기록한 타자는 모건 엔스버그지만 최고의 해결사는 역시 버크먼이다.
플레이오프 들어서도 버크먼은 해결사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애틀랜타와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선 1-6으로 크게 뒤진 8회 만루홈런을 터뜨려 연장 18회 승리를 이끌어냈다. 세인트루이스와 리그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6차전 중 4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내 플레이오프 10경기에서 35타수 11안타(.314) 8타점 6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버크먼의 방망이는 월드시리즈 들어서 더욱 순도가 높아졌다. 1차전과 2차전 연속 2타점을 그것도 이틀 연속 2사 후에 올렸다.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1차전에서 팀은 3-5로 패했지만 버크먼은 제 몫을 다 했다. 1-3으로 뒤지던 3회 1사 1,2루에서 가너 감독이 윌리 타베라스에게 보내기 번트를 대게하며 믿음을 보이자 버크먼은 화이트삭스 선발 호세 콘트레라스의 초구를 잡아당겨 2타점 동점 2루타를 터뜨렸다.
24일 2차전에서도 버크먼은 1-2로 뒤진 3회 희생 플라이로 동점을 만든 데 이어 2-2이던 5회엔 2사 1,3루에서 좌월 2루타로 주자를 모두 불러들였다. 이틀 연속 2타점 적시타에 두 경기 모두 2사 후 상대 에이스를 상대로 안타를 터뜨렸다. 올 시즌 득점권 피안타율(.222)과 2사 후 득점권 피안타율(.200) 모두 리그 1위를 기록한 화이트삭스의 철벽 마운드도 버크먼을 막아내지 못했다.
결승타가 될 수도 있었던 버크먼의 2타점 2루타는 그러나 댄 휠러-채드 퀄스로 이어진 휴스턴 불펜이 만루홈런을 맞고 무너지는 바람에 빛이 바래고 말았다. 디비전시리즈 만루홈런처럼 월드시리즈 남은 경기에서도 버크먼이 벼랑 끝에 몰린 휴스턴을 건져낼 수 있을까.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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