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다시 뭉친 이유는 오로지 하나였다. 모든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꿈꾸지만 로저 클레멘스(43)와 앤디 페티트(33)는 오직 월드시리즈 우승 하나만 보고 다시 손을 맞잡았다. 양키스 시절 연례행사처럼 여겨졌던 월드시리즈 승리는 그러나 쉽게 다가오지 않고 있다.
뉴욕 양키스는 올 시즌 선발 투수진의 붕괴로 고전 끝에 플레이오프에서 올랐지만 LA 에인절스와 디비전시리즈에서 무릎을 꿇었다. 양키스의 비극은 따지고 보면 앤디 페티트에서부터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3년말 FA 자격을 얻은 페티트는 데뷔 후 9년이나 뛴 양키스를 떠나 3년간 3150만 달러에 휴스턴 애스트로스 유니폼을 입었다. 페티트의 팔꿈치 상태를 우려한 양키스가 미적거리는 사이 페티트는 고향 팀으로 방향을 틀었고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가 뒤늦게 직접 뛰어들었지만 때늦은 뒤였다.
페티트를 놓친 대가는 혹독했다. 당시 한 달 전 은퇴를 선언했던 로저 클레멘스까지 절친한 후배 페티트의 설득으로 은퇴를 번복하고 휴스턴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5년간 마운드를 이끌어온 좌우 기둥 클레멘스와 페티트를 한꺼번에 빼앗긴 양키스가 갈피를 잃고 '싹쓸이 쇼핑'에 나선 것도 이때부터다. 양키스는 지난해 케빈 브라운에 이어 올 시즌 칼 파바노, 재럿 라이트를 영입했지만 합쳐서 연봉 3000만 달러가 넘는 세 투수가 올 시즌 거둔 성적은 13승 18패에 불과했다.
반면 휴스턴에서 다시 뭉친 페티트와 클레멘스는 올해까지 2년 연속 대단한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24승을 합작한 두 사람은 올 시즌 방어율 메이저리그 전체 1,2위(클레멘스 1.87, 페티트 2.39)로 휴스턴 마운드를 이끌며 둘이 합쳐 30승(페티트 17승, 클레멘스 13승)을 채웠다. 2년간 54승은 올해 로저 클레멘스에게 투수 최고 연봉인 1800만 달러를 투자한 휴스턴이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하지만 휴스턴 구단은 물론 클레멘스와 페티트가 목표로 삼았던 건 애당초 정규시즌이 아니었다. 디비전시리즈도 리그 챔피언십시리즈도 아니고 오로지 월드시리즈 우승이었다. 양키스 시절 우승 반지를 4번이나 낀 페티트나 1999년과 2000년 연속 정상에 섰던 클레멘스나 바라는 건 오로지 또 하나의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였다.
그런데 쉽지 않을 것 같다. 지난해는 페티트가 8월말 팔꿈치 수술을 받고 시즌을 마감하는 바람에 클레멘스 혼자 분투하다 세인트루이스와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무릎을 꿇었다. 올 해는 1년만에 세인트루이스에 빚을 갚으며 월드시리즈에 올랐지만 이번엔 클레멘스가 탈이 났다. 지난 23일(한국시간) 1차전에 선발 등판한 클레멘스는 정규시즌 막판 이상을 일으킨 왼쪽 허벅지 햄스트링에 또다시 통증이 와 2회를 끝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28일 5차전에 선발 등판 예정인 클레멘스는 진통 주사까지 맞으며 등판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마운드에 오른다고 해도 기세 등등한 화이트삭스 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차전에서 6⅓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페티트도 추운 날씨에 비를 맞으며 던진 탓에 수술 받은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강의 자존심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뭉친 클레멘스-페티트 듀오. 양키스 줄무니 유니폼을 입고 월드시리즈 6승을 합작(클레멘스, 페티트 각 3승)한 두 사람이지만 월드시리즈 1승을 추가할 수 있을 지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 몰렸다. 1,2차전을 연패한 휴스턴이 로이 오스월트와 브랜든 배키가 선발 등판할 3,4차전중 한 경기를 잡지 못하면 클레멘스와 페티트는 더 던질 기회조차 없다. 두 사람 다 올해뿐 아니라 선수생활 마지막 월드시리즈 등판을 이미 마쳤을 수도 있다.
클레멘스와 페티트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올 것인지, 온다면 그 기회를 살릴 것인지 3차전 이후 월드시리즈 승부가 주목된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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