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만의 우승 시카고W, '코너코가 지은 집'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10.27 13: 10

프랭크 토머스와 마글리오 오도녜스, 카를로스 리, 호세 발렌틴.
지난 2000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타선을 이끈 핵심 멤버들이다. 43홈런을 날린 토머스를 비롯, 4명의 타자 모두 25홈런 90타점을 넘기는 막강 화력으로 화이트삭스는 1993년 이후 7년만에 지구 우승을 이뤄냈다.
5년이 흐른 올 시즌. 오도녜스(디트로이트)와 발렌틴(LA 다저스)은 FA로, 리(밀워키)는 트레이드로 지난 겨울 모두 팀을 떠났다. 고질적인 부상에 시달려온 토머스는 시즌 중반 재기를 시도했지만 이내 다시 주저앉았다. 지난해부터 아지 기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화이트삭스는 이들의 빈 자리를 스캇 퍼세드닉과 이구치 다다히토, 저메인 다이와 A.J. 피어진스키로 채웠다
퍼세드닉과 이구치는 전형적인 테이블 세터이고 다이와 피어진스키도 오도녜스와 리가 떠난 힘의 공백을 메울 만한 타자들은 아니다. 기옌 감독이 추구하는 '스몰볼'을 위해 간판 타자들을 모두 떠나 보내고 팀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수 있었던 건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1루수 폴 코너코(29)다.
기옌 감독과 켄 윌리엄스 단장은 올 시즌 코너코가 팀의 기둥 노릇을 해줄 것이라 믿었다. 1998년말 마이크 캐머런과 맞트레이드돼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은 뒤 지난해까지 6년간 평균 27홈런 94타점을 기록해 온 코너코가 중심을 잡아주면 나머지는 도루와 치고달리기, 튼튼한 마운드로 메꿔나가겠다는 계산이었다.
코너코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40홈런 100타점을 올렸고 볼넷도 데뷔 후 가장 많은 81개를 골라 장거리 타자로는 훌륭한 3할7푼5리의 출루율을 기록했다. 오도녜스와 리, 발렌틴 세 타자의 지난해 몸값은 2550만 달러로 팀 전체 연봉의 40퍼센트에 육박했다. 올 시즌 팀 내 최고 몸값이지만 연봉이 875만 달러에 불과한 코너코가 타선을 이끈 효과는 마운드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시즌 중반 영입한 프레디 가르시아, 호세 콘트레라스에 올란도 에르난데스, 더스틴 허맨슨 등 베테랑 투수들을 보탤 수 있었고 이들이 마크 벌리, 존 갈랜드 등 젊은 투수들과 어우러지면서 화이트삭스는 5년만에 다시 지구 정상에 섰다.
지난해 팀 득점 아메리칸리그 3위에 팀 방어율은 14개팀 중 12위에 그쳤던 화이트삭스는 올 시즌 팀 방어율 3위-팀 득점 9위로 전혀 다른 팀으로 변신했다. 짧은 시간 안에 대변신이 가능했던 건 역시 코너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코너코는 포스트시즌 들어서도 페넌트레이스보다 더 뜨거운 방망이를 휘둘렀다. 보스턴과 디비전시리즈에서 3차전 결승홈런 등 2홈런 4타점, LA 에인절스와 챔피언십시리즈에선 3,4차전 연속 선제 결승홈런을 터뜨리는 등 7타점을 올려 MVP에 선정됐다. 생애 첫 출장한 월드시리즈에서도 코너코는 분수령이 된 2차전 역전 만루홈런을 터뜨려 화이트삭스 팬들에게 88년만의 우승 감격을 선사했다. 월드시리즈 들어 썩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기옌 감독의 스몰볼에 큰 것 한 방으로 방점을 찍은 것은 코너코였다.
월드시리즈를 끝으로 FA 자격을 얻은 코너코는 보스턴과 LA 에인절스 등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코너코를 잡는 게 급선무지만 설사 다른 팀으로 떠나더라도 코너코는 영원히 화이트삭스의 가족으로 남을 것"이라는 윌리엄스 단장의 말은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양키스타디움 정문에 양키스를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 팀으로 만든 베이브 루스를 기려 '루스가 지은 집(The House that Ruth Built)'라는 글귀가 새겨져있는 것처럼 88년만에 정상에 선 2005 화이트삭스는 분명 '코너코가 지은 집'이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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