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은 여전히 한국최고의 잠수함 시절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마운드에 올라간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타자들의 라이브 배팅을 위해서였다(사진). 지난 1일 경남 남해군의 대한야구캠프.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이 마무리 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장소다. 이제 선수가 아닌 이강철 코치(39)도 거기에 있었다. 좌타자 김경언이 첫 번째 상대였다. 이내 외야 깊숙한 곳으로 타구를 날리더니 오른쪽 폴 옆을 지나는 홈런까지 터졌다. 이런 경험에 익숙하지 않은 새내기 코치의 마음을 헤아렸을까. 다음 타자로 기다리고 있던 손지환의 위로성 발언. “코치님 괜찮아요. 제가 있잖아요”. 현역 때 맞대결에서 이강철 코치의 볼을 제대로 때린 적이 없었다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그 말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 코치가 볼을 던질 때마다 배팅 케이지 주변에 있던 선수들은 “그거 싱커예요",“못 치겠는데요”, "다시 선수 하시죠” 등등의 말을 이어갔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코치의 볼은 대충 치라고 던지는 구질은 아니었다. 타자들로서는 모처럼 만만치 않은 배팅볼 투수를 만난 셈이 됐다. 이 코치는 모처럼의 피칭이 힘에 겨운 듯 얼굴에는 점점 구슬땀이 맺혀갔다. 세 타자가 번갈아 타석에 든 것도 3회. 60개가 넘는 볼을 던지고 나서야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러더니 김경언에게 다가갔다. “몸쪽 높은 볼이 들어올 때는 찍듯이 스윙해야 한다. 내가 던진 볼의 스피드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면 빠른 몸쪽 볼에는 배트가 밀려서 파울 볼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한 마디. 코치는 코치인 셈이다. 훈련을 지켜봤던 김태원 투수 코치가 “커브의 휘는 폭이 10cm는 줄어든 것 같다”고 놀리자 “여전하면 선수하죠”라고 대답한 이강철 코치는 구단직원에게 부탁도 잊지 않았다. “라이브 배팅을 할 때만이라도 새 공을 쓰는 것이 좋겠다. 헌 공을 쓰면 그립에 관계없이 변화되는 볼들이 많아 타자들이 어렵다”. 하루하루 스타 이강철은 지도자로 변하고 있었다. 남해=박승현 기자 nanga@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