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래 지난해까지 5년간 FA 계약 선수 42명의 몸값 총액은 595억 원에 달했다. 선수당 평균 14억 원 꼴,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4억 7000만 원이다.
실력과 성실성을 검증받은 선수들이 충분한 금전적 보상을 받도록 하자는 게 FA 도입의 취지였다. 구단들 입장에선 신인-용병 영입이나 트레이드 외에 새로운 전력 보강의 루트를 뚫어 리그 수준을 높이자는 목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애당초 내세웠던 이같은 당초 목표는 잘 구현되고 있을까. 일단 현장의 목소리는 회의적이다.
FA 시장이 나날이 덩치를 불려가고 있는 가운데 선수들의 몸값도 올라가고 있으니 선수들 입장에서 FA 제도는 대단한 축복이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에게 그런 것은 아니다. 갈수록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지면서 점점 극소수 선수들에게로 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겨울 전체 FA 계약액(202억 원)의 절반 가까운 99억 원을 심정수 박진만 두 선수가 차지했고 김한수 김재현 임창용까지 포함하면 80%가 넘는 165억 원이 5명의 몫이었다. 나머지 6명에게 37억 원이 돌아가는 꼴이었다.
실력이 앞서는 선수들이 많은 돈을 가져가는 건 프로에서 당연한 일이겠지만 문제는 제도가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FA 선수를 데려가는 팀이 원 소속 구단에 해주는 보상 규정(직전 연도 연봉의 4505% 또는 300%+보상선수 1명) 때문이다. 보상이 과도하냐 아니냐를 떠나 모든 선수들에게 일괄 적용되는 건 넌센스다.
타율 2할8푼에 10홈런을 기록한 FA와 3할-20홈런을 날린 FA를 데려갈 때 똑같이 보상선수를 내줘야 한다면 구단들이 누구를 택할 지는 뻔한 일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올 겨울 장성호가 FA 최대어로 떠오른 데 대해 "장성호가 그 중 가장 뛰어나기도 하지만 그 밑의 급 선수들을 데려가면서 보상 선수를 내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 기왕이면 장성호로 갈 수밖에 없다"는 말들을 한다.
한 현역 감독은 "팀마다 A급 FA들 말고 그 아래 급 선수를 영입해 전력의 약점을 보완하고 싶어도 보상 규정 때문에 엄두를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FA를 선언한 선수는 원 소속팀과 나머지 7개 팀 사이에서 최대한 줄다리기를 해 자신의 몸값을 높여야 하는데 보상 규정 때문에 몇몇 스타급 선수들을 제외하곤 이런 기회마저 놓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메이저리그가 절대선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의 경우 FA 선수를 최근 2년간 성적에 따라 A~D 4개 등급으로 나눠 보상에 차등을 두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구단들도 미국에서 비롯된 FA 제도를 도입할 때부터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일괄적인 보상 기준을 택한 건 구단들이 섣불리 FA 영입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해 FA 몸값을 잡자는 의도가 깔려있었다. 5년의 실험을 거친 결과 이는 오산이었음이 드러났다.
구단들은 그렇다치고 선수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프로야구선수협회의 긴 침묵은 이해하기 힘들다. 선수협은 구단의 간판급 선수들만이 아닌 프로야구 선수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다. 극소수 스타 플레이어들에게만 유리한 현재 FA 보상 규정의 불합리함을 나몰라라 한다면 선수협이 '귀족 노조'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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