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처음 문을 연 이래 프로야구 FA 시장은 극단적으로 양분돼 왔다. 거침없이 FA를 싹쓸이해온 '큰 손' 삼성을 필두로 롯데 LG SK 등이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영입한 반면 두산 현대 한화 등은 소극적으로 '제 땅 지키기'에 그치고 있다. 두산 현대 한화 3개팀은 지난해까지 단 한 명도 타팀 FA를 영입하지 않았다.
다른 팀은 몰라도 두산은 올 겨울 FA 시장에서도 지갑을 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상렬 김창희 홍원기 등 소속 FA 선수들과 협상에서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걸 보면 타 팀 FA 영입은 아예 염두에도 두고 있지 않는 눈치다. 올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긴 했지만 투타에서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은 팀 상황을 고려하면 두산 팬들에게는 실망스런 행보다.
이에 대해 두산 구단 관계자들은 "내년 시즌 '대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투타의 기둥인 박명환 김동주가 내년 시즌을 끝으로 나란히 FA 자격을 얻게 되는데 둘을 잡는 데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야할지 모른다는 얘기다. FA 제도가 생긴 이래 투수론 역대 최대어가 될 박명환과 잠실구장에서 장외홈런을 터뜨릴 만큼 힘있는 거포인 데다 3루수라는 매력까지 더한 김동주는 각각 투타에서 FA 사상 최고 몸값을 호령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올해 '실탄'을 낭비하기 보다는 내년에 이들 둘에게 쏟아붓겠다는 게 두산의 전략으로 보인다. 충분히 논리적인 구상이지만 의문이 따른다. 과연 두산이 김동주 박명환을 둘 다 잡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잡는다 해도 이 둘만으로 우승 전력을 갖출 수 있느냐다.
커져만 가는 FA 시장 규모로 볼 때 김동주와 박명환의 몸값은 내년 시즌 부상이 없다는 전제 하에 각각 최소 50억 원, 최대 7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등 FA 시장의 주도 구단들이 적극적으로 베팅할 경우 둘의 몸값이 얼마나 더 올라갈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합쳐서 몸값 100억 원을 훌쩍 넘을 둘을 과연 두산 구단이 모두 잡을 만한 능력이 될지는 의문스럽다.
둘을 다 잡는다 해도 그 효과는 미지수다. 김동주 박명환을 다른 팀이 데려간다면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 되겠지만 두산으로선 둘이 남는다고 해도 현 전력이 유지되는 것에 불과하다. 여느 구단처럼 두산도 목표가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면 김동주 박명환을 데리고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무릎을 꿇은 올해를 기준으로 전력 보강을 꾀하는 게 정상이다. 투자 없이 성적을 내 '미러클 두산' 소리를 듣는 것도 한두 번이지 '장마다 꼴뚜기'를 바래선 곤란하다.
김동주와 박명환을 영원한 베어스맨으로 만들겠다는 게 두산 구단의 계획이라면 서울 팬들 모두 박수를 보낼 것이다. 하지만 김동주 박명환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지금부터 '김동주-박명환 이후'에 대비하는 게 프로 구단의 마땅한 자세 아닐까.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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