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35)이 결국 2년 계약을 택했다.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뒤 원 소속팀 기아와 줄다리기를 해 온 이종범은 7일 2년간 총액 18억 원(플러스 옵션 1억 원 포함)에 계약했다. 그동안 3년 계약을 요구해 온 이종범은 구단이 제시한 마지막 해 바이아웃(buyout) 포함 3년 23억 원에 해외 연수 2년 제의를 뿌리치고 18억 원에 2년 계약을 택했다. 협상 과정에서 기아 구단이 밝힌 바에 따르면 기아는 계약금 7억 원에 연봉 5억 원, 첫 해 플러스 옵션 1억 원에 첫 2년간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킬 경우 3년째 계약을 보장하는 '3년차 바이아웃' 등 3년간 총액 23 억원을 이종범에게 제의했다. 이종범이 4년 뒤 FA 자격 재취득을 장담하기 힘든 30대 중후반이라는 점에서 구단의 이같은 제의를 뿌리치고 2년 계약을 고집한 건 뜻밖이다. 이에 대해 기아 구단의 한 관계자는 "이종범이 프랜차이즈 플레이어의 자존심 때문에 바이아웃 조항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직접 협상을 벌인 오현표 운영팀장은 "2년 이후와 관련 이종범과 구단이 별도로 약속한 것이 있다.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순전히 자존심 때문에 5억 원에 가까운 거액을 포기했을 것이라는 추측보다는 현실적인 설명이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이종범은 '송진우형 모델'을 참고로 삼아 2년 뒤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은 FA를 선언한 선수가 4년 이내에는 FA 자격을 재취득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또 다년계약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구단의 얽매임에서 풀려난 FA 선수에게 계약 기간과 방식을 제한하는 넌센스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FA 자격을 얻고도 4년 미만으로 계약한 선수의 경우 4년을 채울 때까지 남은 기간 'FA도 아니고 FA가 아닌 것도 아닌' 어정쩡한 신분일 수밖에 없다. 이를 선수에게 가장 유리한 쪽으로 풀어낸 게 송진우다. 지난 1999년말 FA 1호로 한화와 3년간 7억 원에 계약한 송진우는 FA 재취득을 1년 앞둔 2002년 말 한화와 3년간 18억 원에 재계약을 했다. 3년이 흐른 7일 두 번째 FA 계약으로 맺은 2년 14억 원보다 많은 액수였다. 당시 계약금도 9억 원이나 받았으니 FA 재취득이나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물론 꾸준한 성적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종범도 올 겨울엔 장성호와 맞물려 더 많은 돈을 받기 힘들다고 판단, 2년 뒤를 기약한 것으로 보인다. 기아 구단과 나눈 '약속'도 2년 뒤 재계약할 때 섭섭하지 않게 계약금과 연봉을 쳐주겠다는 다짐일 가능성이 높다. 어찌 됐든 구단이 다년계약을 원하는 데도 선수는 계약 기간을 줄이려고 하는 모습이 또 한 번 되풀이됐다. KBO가 만들어 놓은 'FA 재취득 연한'이라는 기형적인 규정이 거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