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프로야구 초대 챔피언을 가리는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2005'는 10일 개막되지만 공식 일정은 지난 8일부터 시작됐다. 한국과 일본 대만 중국 등 4개 참가국 선수단은 이날 오후 감독자 회의와 심판, 야구기구 관계자 회의를 잇달아 연 데 이어 감독 공동기자회견, 환영 만찬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냈다. 이에 앞서 지바 롯데 마린스는 대회 장소인 도쿄돔에서 팀 훈련까지 치렀다. 일본야구기구(NPB)가 주최하는 이번 시리즈에서 바비 밸런타인(55) 롯데 마린스 감독은 첫날부터 마치 대변인인 듯한 인상을 풍겼다. 밸런타인 감독은 기자회견과 만찬장에서 "전 세계 프로야구 리그 우승팀이 한데 모이는 진정한 월드시리즈를 만들자"는 자신의 소신을 되풀이했다. 지난달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월드시리즈 우승팀 화이트삭스와 붙고 싶다"고 밝혔던 것의 연장선에서 한 발언들이다. 일본 야구 관계자들은 밸런타인 감독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귀를 기울이고 있다. 밸런타인 감독이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메이저리그 출신 미국인 감독이 일본 편에 서서 '새로운 월드시리즈'를 주장하고 나서자 쌍수를 들어 환영하며 즐기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아시아시리즈는 메이저리그 사무국(MLB)이 국가 대항전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창안한 데 맞서 NPB가 내놓은 대항마다. 밸런타인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름 높은 지도자이지만 위대한 감독 축에는 들지 못하는 사람이다. 1985~1992년 텍사스, 1996~2002년 뉴욕 메츠 등 15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지휘봉을 잡아 감독 통산 1115승(1072패)를 기록했지만 한 번도 팀을 지구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다. 지난 2000년 메츠를 월드시리즈에 진출시켜 뉴욕 양키스와 '서브웨이 시리즈'를 벌였을 당시 메츠는 지구 1위가 아닌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감독 통산 2187경기를 치르고 한 번도 팀을 지구 우승으로 이끌지 못한 건 메이저리그 역대 2위의 불명예 기록이다. 이 부문 1위 기록은 지미 다익스 전 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의 2962경기다. 비단 성적이 신통치 않아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강한 카리스마와 좌충우돌하는 불뚝 성질로 밸런타인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지도자다. 그런 밸런타인이 일본 프로야구 정상에 선 뒤 야구의 세계화를 주창하는 '복음의 전도자'로 변신했다. 일본은 롯데의 우승으로 만들어진 밸런타인과 아시아시리즈의 조합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밸런타인과 일본을 뜨악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세계 야구 패권을 놓고 힘겨루기에 나선 미국와 일본의 가운데 서있는 한국은 어떤 길을 찾아야할까. '밸런타인표' 아시아시리즈 개막을 앞두고 문득 든 생각이다. 도쿄=글,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