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것도 지는 것도 습관이라고 했다. 습관이 기억의 산물이라면 한국 선수들에겐 아직 일본 도쿄돔에서 시원스레 이겨본 기억이 없다. 10일 막을 연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2005'가 대회에 참가한 삼성 라이온즈뿐 아니라 한국 야구 전체에 중요한 이유다. 삼성은 10일 저녁 6시 일본 대표 지바 롯데 마린스와 예선 첫 경기를 11일 중국 올스타 , 12일 대만 싱농 불스와 잇달아 대결한다. 롯데에 지더라도 중국과 대만을 잡으면 예선 1,2위에게 주어지는 결승행 티켓을 딸 수 있다.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결승에서 지바 롯데와 재격돌이 유력하다. 코나미컵은 예선과 결승 모두 도쿄돔 한 곳에서 열린다. 도쿄돔에선 앞으로 3달 여 뒤인 내년 3월 4~7일 야구월드컵(WBC) 1라운드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번 코나미컵처럼 한국 일본 대만 중국 4개 팀이 모여 역시 풀리그로 2라운드에 진출할 두 팀을 가려내게 된다. 한국도 드림팀을 꾸려 나서겠지만 일본도 대만도 지금 같은 상대가 아닐 것이다. 일본 대표팀엔 마쓰자카와 마쓰이, 이치로 등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들이 총망라될 것이고 대만엔 뉴욕 양키스에서 뛰고 있는 왕젠밍이 가세한다. 한국이 지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던 박찬호를 앞세워 금메달을 목에 건 것처럼 대만도 왕젠밍을 내세워 본선 진출까지 꿈꾸고 있다. 한국으로선 대만에 덜미를 잡힌다면 미주 팀들과 겨루는 2라운드 진출은 물 건너가게 된다. 한국이 꾸릴 드림팀엔 배영수 오승환 김한수 등 이번 코나미컵에 참가한 삼성 선수들이 상당수 포함될 전망이다. 일본과 좋은 경기를 하는 것 만큼이나 대만을 상대로 깔끔하게 승리한 기억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한국 선수들은 지금까지 도쿄돔에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1991년과 1995년, 1999년 한일 슈퍼게임에서 한국은 도쿄돔에서 열린 세 경기에서 1승도 없이 2무 1패를 기록했다. 생경한 돔구장의 환경에 낯설음과 부러움을 느껴야했다. 1999년에 이어 6년만에 다시 도쿄돔을 밟은 김한수는 대회 개막 하루 전인 9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 때는 천장이 하얗더니 먼지가 묻었는지 지금은 많이 까매졌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국내 프로야구가 돔구장이라고 위축될 수준을 넘어선 지는 오래다. 이젠 승리의 기억을 만드는 일만 남았다. 도쿄=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