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국에서 들으니 호시노 감독님은 선수가 나태하거나 잘못하면 때리면서까지 질책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저 역시 잘못하면 맞겠다는 각오로 이 곳에서 생활하겠습니다”. 1996년 초 주니치 행이 확정 된 해태(현 기아) 타이거즈 투수 선동렬은 정식 입단식에 앞서 일본으로 건너갔다. 호시노 감독과 주니치 구단주를 만난 선동렬은 이어 열린 한일 보도진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위와 같은 발언을 했다. 기자회견장에 합석했던 호시노 감독은 웃으면서 “선동렬 선수가 이야기를 잘못 들은 것 같다. 나는 선수 때리는 감독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겸손한 성격의 선동렬은 일본에서 성공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당시 그렇게 표현한 것이었다.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이제 삼성 사령탑을 맡은 선동렬 감독은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대회를 위해 다시 일본에 왔다. 9일 롯데 마린스와 예선 첫 경기를 하루 앞두고 도쿄 돔에서 선 감독은 한일 보도진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한수 오승환 바르가스를 이끌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선 감독(사진)은 앉아 있는 한국 기자들을 향해 “일본 기자들만 질문하게 하지 말고 질문 많이 하세요”라고 말을 건넸다. 삼성의 기자 회견장이니 한국 기자들이 분위기를 주도하라는 주문이었다. 이어지는 질문에도 시종 당당하고 자신 있는 태도로 답변을 계속했다. ‘일본에서 야구를 한 것이 지도자 생황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라는 일본 기자의 질문이 있었다. 선 감독은 “성공을 확신하고 왔지만 일본에서 첫 해 고생을 많이 한 것이 사실이다. 배운 것도 있었다. 2년째를 지나면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 일본야구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하면 망설임 없이 한국야구에 접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야구에도 분명히 장점이 있다. 일본야구와 한국야구의 좋은 점을 혼합하는 야구를 추구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너희들이 한 수 위라고 생각하지는 말라’는 의미가 강하게 배어 있었다. 앞서 선동렬 감독은 보도진의 그라운드 출입을 막은 대회 주최측의 조치에 대해 “한국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삼성의 연습 때만이라도 한국 기자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주최측에서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일본에 와서도 한국의 관례를 따르겠다는 의사의 표시였다. 선 감독의 이런 자신감과 당당함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일본에서도 성공한 선수였다는 데서 나오는 것 같다. ‘일본야구의 역사가 오래됐고 한국보다 기량이 낫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당신들과 겨뤄 당당히 이겼다’는 자부심이 선 감독의 마음 속에 있는 듯하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함이다. ‘감독도 잘 했는데 너희들이라고 주눅들 필요 없다. 한국에서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는 의사의 표현이다. 당당한 선동렬 감독이 코나미컵을 쥐고 한국으로 개선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도쿄=박승현 기자 nanga@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