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뛰는 것을 보게 해줘’.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롯데 마린스-중국 대표팀의 예선전이 열린 지난 12일 도쿄돔에서 팬들의 심한 야유가 몇 차례 있었다.
이날 낮 12시부터 시작된 경기에 입장한 2만 6564명의 관중 대부분은 롯데 팬. ‘26번째 선수’를 자처하며 열렬한 응원으로 유명하고 최근 지바 시장으로부터 특별 감사장 수상이 결정된 롯데 팬이었지만 이날은 세 차례에 걸쳐 심한 야유를 보냈다.
우선 1회 올 시즌 1군 경기 출장경험이 2번 밖에 없는 포수 쓰지가 3루를 훔치려던 2루 주자를 잡으려다 어이없는 악송구를 범해 먼저 실점을 허용했을 때 일제히 ‘우~’하는 야유와 휘파람이 터져 나왔다.
롯데는 2회 원래 자신의 포지션이 아닌 3루수로 나섰던 헤이우치가 어이없는 악송구로 실점위기를 자초했고 3회에도 무사 1,2루에서 행운의 삼중살로 위기를 넘긴 반면 공격은 무력하기만 했다. 4회에 들어서야 선두 타자 오마쓰가 첫 안타를 기록했지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 실패하자 또 한 번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3-1로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도 야유가 나왔다. 8회 앞선 3번의 타석에서 모조리 삼진으로 물러난 이노우에가 또 다시 삼진을 당했을 때 관중들은 또 한 번 심한 야유를 보냈다.
이런 롯데 팬의 야유는 페넌트레이스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우승을 차지한 올해는 물론 지난 해 팀이 10연패에 빠졌을 때도 야유 대신 격려를 보냈던 롯데 팬이었다. 롯데 팬이 스스로 만들어 부르는 노래 가사에 ‘지더라도 괜찮다. 뒤에는 우리가 있다’는 내용이 있을 정도로 그야말로 이기거나 지거나 성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번 아시아시리즈 동안 매 경기 2만 여 명의 롯데 팬이 도쿄 돔을 찾았다. 롯데의 연고지인 지바시가 도쿄돔에서 전철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이기는 하지만 대단한 열성이었다.
거기에는 롯데의 승리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또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꺼이 돈과 시간을 투자한 면도 분명히 있었다. 일본시리즈가 끝나고 무엇인가 허전했던 차에 아시아시리즈라는 보너스가 주어졌다는 마음에 12시부터 열리는 중국전을 보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렀던 것이다(이날도 오전 10시 도쿄돔이 개방되자마자 외야 응원석으로 롯데 팬들이 그야말로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와 달리 밸런타인 감독이 베니, 프랑코를 제외하고는 주전 선수들을 벤치에서 쉬게 하자 야유로 자신들의 마음을 표현했다. ‘최선을 다 해 지는 것은 그래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성의 없는 경기는 안 된다’는 마음이 야유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팬이 얼마나 무서운 눈을 가졌는지, 또 프로야구가 팬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다시 한 번 실감케 한 롯데 팬들의 ‘이유 있는 반발’이었다.
도쿄돔=박승현 기자 nang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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