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만으론 안 되는 게 있었다.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탈이다. 우리가 우승한다"고 씩씩하게 말했던 삼성 배영수(24)가 도쿄돔을 가득 메운 대관중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 롯데와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2005 결승전에 선발 등판한 배영수는 혼신의 역투를 했지만 일본시리즈 우승팀 롯데를 넘지 못했다. 배영수는 구장 전체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롯데 팬들의 열성스런 응원 함성 속에 1회 두차례나 만루의 위기를 맞고도 1실점으로 고비를 잘 넘겼지만 3회부터 다시 얻어맞기 시작했다. 5안타를 맞고 5실점한 가운데 특히 뼈아픈 두 방이 있었다. 1-1 동점이던 3회 2사 2,3루 위기에서 배영수는 롯데 6번 타자 베니에게 3-유간을 꿰뚫는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초구에 이날 던진 79개의 공 중 가장 빠른 시속 150km짜리 빠른 공을 뿌렸지만 가운데로 몰리자 메이저리거 출신 베니의 방망이가 여지없이 돌았다. 베니는 일본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강속구 투수인 마쓰자카 다이스케(세이부)와 지난해 첫 대결한 뒤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의 투수"라고 밝힌 바 있다. 시속 100마일(약 161km)의 광속구를 뿌리는 투수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6년을 뛰다온 베니에게 빠른 공으로 승부한 게 무리였다. 이전까지 이승엽을 제외한 롯데 중심타자들에겐 변화구 위주, 하위 타선은 직구 위주로 승부하며 잘 헤쳐나가던 배영수였기에 아쉬웠다. 4회 2사 1루에서 와타나베 마사토에게 맞은 2점 홈런은 더 아팠다. 롯데 2번타자로 선발 출장한 일본시리즈 MVP 이마에가 손등에 공을 맞아 4회 교체돼 들어온 와타나베는 올 시즌 거의 전부를 2군에 머문 2군 선수다. 올해 1군 출장 경력이라봐야 20경기에서 14타석에 나선 게 전부로 홈런은 물론 한 개도 없었다. 와타나베는 그러나 배영수의 직구가 한복판 높게 몰리자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빨랫줄 같은 타구를 도쿄돔 외야 스탠드에 꽂아버렸다. 2군 타자들도 실투는 놓치지 않는 일본 프로야구의 매서움을 와타나베가 홈런 한 방으로 배영수에게 제대로 가르쳐줬다. 이번 대회에 앞서 옛 팀 선배 이승엽은 "나와 승부에만 신경쓰다 다른 타자들에게 맞을 수 있다"고 후배 배영수에게 충고를 던진 바 있다. 배영수는 이승엽을 연속 삼진과 유격수 플라이로 잡아냈지만 베니와 와타나베에게 뼈아픈 한 방을 맞아 이승엽의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이날 경기에 앞서 선동렬 감독은 "배영수가 자신감을 보이는 스타일이라 좋긴 하지만 롯데 관중들의 대단한 응원 속에 마운드에 오르면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초반 특히 1회가 고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회는 힘겹게 넘겼지만 4이닝이 일본 프로야구가 배영수에게 허용한 전부였다. 도쿄돔=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