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우승보다 값진 '교훈' 얻은 코나미컵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11.14 09: 06

1991년과 1995,1999년 세 차례에 걸쳐 펼쳐진 한일 슈퍼게임은 한국 프로야구에 값진 자산이 됐다. 번번이 일본 프로야구의 높은 벽을 절감하고 돌아서야 했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순간도 있었다. 1991년 도쿄돔에서 펼쳐진 1회 슈퍼게임 1차전에서 김성한(당시 해태)이 이라부를 상대로 때린 첫 홈런은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지난 13일. 아시아 챔피언을 가리기 위해 만들어진 제1회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서 결승전에서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은 일본시리즈 우승팀 롯데에 3-5 두 점 차로 무릎을 꿇었다. 일본 프로야구의 심장부 도쿄돔에서 한국 대표 삼성은 또다시 일본을 넘지 못했다. 14년 새 한국 야구도 많이 발전하고 세련됐지만 일본 역시 제 자리만 지키고 있지는 않았다. 최종 스코어 3-5 보다는 13대 6의 안타수가 10여 년 전에 비해 크게 좁혀지지 않은 양국 프로야구의 실력 차를 잘 말해주는 듯했다. 예선 대결에서 롯데보다 안타를 두 개 더 치고도 2-6으로 완패했던 삼성은 이날 결승에서도 역시 두 배나 많은 안타를 쳤지만 경기 내내 끌려다녔다. 필요할 때 적시타를 치는 능력, 몰린 순간에도 유인구를 던질 줄 아는 능력의 차이는 슈퍼게임 때나 별반 다를 게 없어보였다. 이날 선발 등판한 언더핸드 와타나베 슌스케는 물론 이번 대회에서 선을 보인 일본 투수들은 대부분 평균 구속이 시속 130km대를 맴돌았지만 타자들에게 쉽게 맞지 않는 공을 던졌다. 반면 삼성은 바르가스 하리칼라 두 용병에 이어 이날 선발 등판한 배영수도 140km대 후반을 넘나들었지만 일본 타자들의 매서운 방망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일본을 꺾고 우승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던 배영수는 4이닝 5실점한 뒤 "스피드보다는 마음 먹은 곳에 공을 넣을수 있는 컨트롤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김한수가 예선전 포함 4경기에서 17타수 7안타, 박한이가 17타수 8안타의 맹타로 팀 공격을 주도했지만 삼성은 4경기에서 홈런을 한 개도 때리지 못했다. 그저 큰 게 아쉬웠던 게 아니라 롯데처럼 꼭 필요한 순간 터져나오는 한 방이 없었다. '지키는 야구'로 한국 프로야구 정상에 선 삼성이지만 지켜낼 점수를 뽑지 못하는 상황에선 무기력하게 보였다. 3년만에 두 번째 한국시리즈 정상에 선 삼성은 국내 시즌이 끝난 뒤 휴식도 거의 없이 이번 대회 준비에 매달리는 강행군을 해왔다. 이를 통해 삼성이 얻어낸 건 준우승 상금 3000만 엔이 전부가 아니다. 한국시리즈에서 손쉬운 승리로 자칫 느슨해질 수도 있었던 선수단 전체가 냉정한 현실 인식 속에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할 이유를 찾았다. 내년 3월 국가대항전 야구월드컵(WBC) 예선에서 맞부딪칠 상대 팀들의 전력에 대한 귀중한 참고 자료도 찾아냈다. 우승은 못했지만 그만큼 값진 교훈들을 얻은 코나미컵이었다. 도쿄=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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