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게임 육상 金' 이재훈, '우승하면 뭐합니까?',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11.15 10: 50

지난해 아테네올림픽을 통해 우린 이웃 나라 중국과 일본이 수영 육상 등 기본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것을 보고 부러워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우리도 이제 수영과 육상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재잘댔다. "일주일이면 끝납니다" .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6일까지 마카오에서 개최된 제4회 동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800m에서 금메달을 딴 이재훈(29, 고양시청, 사진)의 말이다. 일주일만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금메달 이야기가 쏙 들어간다는 뜻이다. 기본 종목 육성의 필요성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큰 대회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나왔다가도 대회만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금세 사라져 버린다는 말이었다. 이재훈이 이번 대회에서 따낸 금메달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도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심을 가져달라는 뜻이다. 서글픈 일이지만 이번 동아시안게임 한국 대표선수단에는 육상 담당 의무진이 없었다고 한다. 일본과 중국만을 보더라도 최소 2명의 의무진이 있었다. 결국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하게 된다면 게임을 포기하고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훈은 이런 환경에서도 이번 동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이진일 코치와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한다. 물론 부상을 피해가면서 말이다.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을까"라며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많았다는 이재훈. 열악한 환경 탓에 그런 생각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홍보가 안 되니까 기업들도 육상 선수 스폰서를 안 하려고 하는 게 현실이다. 말을 꺼냈다가도 결국 돈이 안 된다고 포기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육상 수영이 세계대회 나가서 좋은 성적을 내길 바란다거나 이웃 나라의 좋은 성적을 부러워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다. 어떠한 투자도 없이 좋은 결과물만 바란다는 것은 심하게 표현해 '도둑질'과도 같은 것이다. 중국 류시앙의 2004 아테네올림픽 110m 허들 금메달은 거저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만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얻어낸 것이고 류시앙은 영웅이 된 것이다. 반대로 이재훈의 금메달은 코치의 도움도 물론 있었겠지만 본인 스스로의 노력이 정말 컸다. 투자는 그림의 떡이다. 지금 어린 선수들이 이런 환경에서도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기록면에서 아직까지도 2~3초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이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을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한다. 내년이면 30세가 되는 이재훈. 그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2006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그만 두고 싶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으며 그동안 힘들었던 일련의 상황들을 감지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어린 육상 꿈나무들이 변하지 않고 있는 열악한 환경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그저 한여름 밤의 꿈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글, 사진=임복규 OSEN 시민기자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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