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월드컵에 최강팀 구성할 수 있나?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11.16 10: 48

한국인 빅리거들이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국위 선양과 한국야구의 우수함을 보여주기 위해선 당연히 참가해야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 해 농사가 걸려있는 중요한 시점에 태평양을 오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내년 3월 3일부터 6일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명 야구월드컵) 1차리그 출전 여부를 놓고 한국인 빅리거들이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김인식 한화 감독은 한국인 빅리거들이 1차리그부터 출전해 한국의 8강 2차리그 진출을 위해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O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허락하면 소속 구단들도 협조키로 했다'며 16일 12명의 한국인 빅리거들의 대회 참가를 요청하는 공문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발송했다. 역대 최강의 드림팀 구성을 꿈꾸고 있는 김인식 감독도 한국선수들이 '당연히 올 것'이라며 대회 출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은 아직까지 뚜렷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타자인 최희섭(26.LA 다저스)만 '뽑아주면 출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뿐 나머지 빅리거들은 확실한 출전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우선 대회 시기와 장소가 빅리거들로 하여금 선뜻 참가 선언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3월초면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따뜻한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에서 시범경기를 시작할 무렵으로 내년 시즌 확실한 보직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인 빅리거들로선 쉽게 자리를 뜨기가 힘들다. 3월 초 일본서 열리는 1차리그에 참가했다가 미국으로 돌아가자마자 시범경기에 출전하려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을 것이 뻔하다. 보통 시차 적응에만 일주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3월 말 시범경기 막판에나 제대로 적응할 것으로 보여 주전 경쟁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기가 쉽지 않다. 자칫하면 빅리그 로스터에 들지 못한 채 마이너리그로 떨어질 공산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일본 출신 빅리그 스타인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나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도 아직까지 대회 출전 여부를 확실하게 표명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간판 선수들이 부상 등을 이유로 대회 불참 선언을 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도 현재 각 구단의 대표급 선수들이 부상 등을 핑계로 참가를 꺼리고 있어 왕정치 대표팀 감독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존 스몰츠(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로저 클레멘스(휴스턴 애스트로스) 돈트렐 윌리스(플로리다 말린스) 등이 대표로 출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는 등 간판스타들이 속속 대회 출전을 선언하고 있는 마당에 '왜 한국인 선수들만 주저하고 있느냐'는 의문을 표시하지만 그들과는 처지가 다르다. 이들은 하나같이 빅리그 최고 스타로 주전확보 경쟁과는 상관이 없고 또 자국 내 스프링캠프지에서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을 이유가 전혀 없다. 또 카를로스 델가도(플로리다 말린스) 페드로 마르티네스(뉴욕 메츠) 등 중남미 출신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는 점도 미국 선수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의 모국이 미국 플로리다 혹은 플로리다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밖에 안걸리는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의 이람비손 구장에서 1라운드를 치르기 때문에 이동거리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다. 그야말로 시범경기 중 몇 경기를 가까운 다른 구장으로 이동해서 치르는 기분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한국인 빅리거들과 이들은 처지가 완연히 다르다. 시범경기 중 절반 가량을 빠져도 안전하다고 할 만큼 빅리거로서 지위를 확실하게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야구월드컵을 위해 태평양을 오가는 장거리 여행을 한다는 것은 쉽게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한국 팬들과 한국야구를 위해선 당연히 1라운드부터 출전하는 것이 한국인 빅리거들의 임무이지만 여건이 다른 나라 출신들과는 현저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섣불리 대회 출전 여부에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설령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통한 요청에 구단이 출전을 허락한다 해도 선수 자신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일본 선수들처럼 구단과 선수노조가 협조를 요청해도 불참 의사를 밝힐 수도 있다. 사무국이나 구단의 허락은 강제 조항이 아니다. KBO와 김인식 감독도 한국인 빅리거들의 이러한 상황을 감안,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오리혀 최상으로 여겨진다. 일본에서 벌어질 1라운드는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 중인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2라운드부터 한국인 빅리거들을 자연스럽게 합류시키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 물론 모든 손해를 감수하고 1라운드부터 참가하겠다는 빅리거가 최희섭 말고도 있으면 좋겠지만 과연 빅리거들을 총동원하지 않고 일본 대만과 겨뤄 2위 안에 확실히 들 수 있느냐 하는 또 하나의 현실적인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일본 대만 출신 빅리거들의 참가 여부와도 연계해 대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일생일대의 문제가 걸린 가장 중요한 시점에 '무조건' 국가대표로 뛰어 달라고 하는 것도 무리로 보인다. 과연 내년 3월 도쿄돔 1라운드에 출전할 드림팀이 어떤 모습으로 구성될지 주목된다. 박선양 기자 sun@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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