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마, '일본인 ML 진출사' 완성할까
OSEN U05000017 기자
발행 2005.11.17 11: 05

내년이면 무라카미 마사노리가 일본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경기에 출장한 지 42년이 된다. 1964년 여름 20살의 왼손 투수 무라카미는 소속팀 난카이 호크스(현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맺은 교류 협약에 따라 팀 동료 두 명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뛰어난 제구력과 수준급 커브로 캘리포니아리그에서 두 달 새 11승 7패를 기록한 무라카미는 그 해 9월 메이저리그로 승격했다. 무라카미가 빅리그에서도 9경기에서 1승 1세이브 방어율 1.80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자 샌프란시스코는 난카이와 맺은 협약에 근거, 그와 정식 입단 계약을 맺으려 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줄줄이 선수를 뺏길 것을 우려한 일본 야구계의 압력을 받은 난카이가 약속을 뒤집었고 무라카미의 거취는 양국의 분쟁으로 비화했다.
무라카미의 아버지까지 '아들아 돌아오라'며 나선 끝에 난카이와 샌프란시스코는 1965년 한 해만 더 메이저리그에서 뛰게 하고 무라카미를 일본에 돌려보내기로 합의했다. 무라카미는 196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4승 1패 8세이브, 방어율 3.75의 수준급 성적을 기록한 뒤 결국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고 난카이에서 17년간 103승 82패를 기록한 뒤 은퇴했다.
신문과 방송 해설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무라카미는 "일어와 영어로 된 사전 두 개만 달랑 들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고등학교 때 영어를 배우긴 했지만 야구를 하느라 제대로 공부할 새가 없어서 할 줄 아는 말이 거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영어는 몰랐지만 미국 야구에는 빠르게 적응했던 무라카미가 본의 아니게 메이저리그의 꿈을 접은 지 40년만에 그의 후예가 미국 프로야구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조지마 겐지(29)다.
조지마는 소프트뱅크(전신 다이에 포함)에서 올해까지 골든글러브를 7년 연속 수상한 일본 프로야구 최고 포수 중 한 명이다. 올 시즌 막판 다리 골절로 116경기밖에 뛰지 못했지만 3할9리의 타율에 24홈런을 기록했고 도루 저지율도 42%(83회 중 35회)를 기록할 만큼 공수를 겸비하고 있다. 시애틀 매리너스와 샌디에이고, 뉴욕 메츠 등 메이저리그 5~6개팀이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의 수준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조지마의 실력엔 별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올 겨울 FA 시장의 포수 최대어인 벤지 몰리나의 경우 올 시즌 도루 저지율이 31%(64회 중 21회), 라몬 에르난데스는 26%(70회 중 18회)에 불과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최고로 인정받은 방망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건 이치로와 마쓰이 등이 입증한 바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을 망설이게 하는 건 조지마의 야구 실력이 아니라 그의 언어 능력이다. 영어를 썩 잘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지마가 과연 안방마님으로서 투수들을 리드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무라카미가 동양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의 벽을 허문 뒤 40여 년이 지났지만 아시아 출신 포수는 아직 한 명도 메이저리그 공식 경기에 출장한 적이 없다.
마이크 피아자의 공백을 메우길 원하는 메츠의 오마르 미나야 단장은 뉴욕을 방문한 조지마와 직접 만남을 통해 그의 영어 실력을 가늠해볼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재 조지마를 영입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이는 시애틀의 마이크 하그로브 감독은 "투수진을 이끄는 포수이기에 이치로의 경우보다는 언어 소통 능력이 중요하겠지만 몇 가지 핵심 문구만 익히면 된다"며 "(조지마와) 계약만 성사된다면 언어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시애틀이 2년간 약 850만~900만 달러에 입단 제의를 한 데 이어 메츠도 2년 900만 달러 선에서 조지마 영입 전쟁에 뛰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지마가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무라카미에서 시작된 일본 야구의 메이저리그 진출사에 또다른 한 획을 긋게 될 것이다. 최초의 타자 메이저리거 최희섭이 아직 빅리그에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한국 야구계에도 조지마의 성공 여부는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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