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리그와 야구월드컵, 무엇이 더 중요한가
OSEN U05000176 기자
발행 2005.11.17 13: 27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가 끝나면서 프로야구계의 관심이 내년 3월 야구월드컵(WBC)으로 모아지고 있다.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인식 한화 감독은 "해외 진출 선수의 전원 차출을 요청하겠다"며 "내년 2월 28일까지 (대회 장소인) 도쿄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2월 중순부터 보름간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실시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선수단 구성과 조련 방법은 감독의 고유 권한일 수 있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 내년으로 25년째를 맞는 한국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의 주도로 내년 첫 발을 내딛는 야구월드컵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다.
WBC 한국팀 코칭스태프의 면면을 보자.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우승을 이끈 김인식 감독을 수장으로 선동렬 김재박 조범현 감독 등 프로야구 8개 팀 감독 중 4명이 코칭스태프로 참여할 예정이다. 2월에서 3월초는 각 팀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부족한 기량을 보완하고 주전-백업 멤버를 확정하는 결정적인 시기다.
김인식 감독의 구상대로라면 보름간 전지훈련부터 대회(1라운드 3월 4~7일)까지 근 한달 동안 4명의 감독이 팀을 비워야한다.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은 그들대로 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을 놓치게 된다. 감독이 허깨비가 아니라면 4개 팀 모두 내년 시즌 최상의 전력을 갖추는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스프링캠프의 준비 부족은 필연적으로 리그 수준의 저하를 가져온다. WBC는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대회인가.
WBC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야구라는 상품을 전 세계에 널리 팔기 위해 수년째 구상해온 끝에 만들어낸 '신상품'이다. 메이저리그의 상술이라고 무턱대고 거부감을 가질 이유야 없지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처럼 목숨 걸고 대들 이유도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WBC보다 중요한 건 국내 프로야구다.
올 시즌 6년만에 300만 명 관중을 회복한 국내 프로야구의 열기를 내년에도 이어가는 게 당연히 WBC보다 우선돼야할 목표다. 지휘봉을 잡은 김인식 감독 처지에선 욕심이 나겠지만 WBC에 대비한 합숙 훈련은 최소한의 필요한 시간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
혹 준비 부족으로 대만에까지 덜미를 잡힐까 우려된다면 기우라고 말해주고 싶다. 축구와 달리 야구는 국제대회 성적이 국내 리그 흥행을 좌우하지 못한다. 최소한 최근 수년간은 그랬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때 처음 드림팀이 꾸려져 금메달을 따낸 뒤 국제대회 승전보가 이어지는 동안 국내 프로야구는 지난해까지 거의 해마다 관중이 감소했다. 반면 2003년 예선 탈락으로 지난해 아테네올림픽 본선에도 나가지도 못했지만 올 시즌 프로야구 관중은 오히려 늘어 300만 명을 넘어섰다. 대만에 진다면 물론 망신이겠지만 국내 리그 흥행과는 별 무관한 일이다.
국내 리그와 국제 대회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이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중요한 문제다. 양쪽을 다 취하기 힘들다면 국내 리그를 택하는 게 마땅하다. 박용오 총재와 이상국 사무총장 모두 비리에 연루돼 수사를 받거나 형을 언도받아 경황이 없다지만 이만한 일엔 KBO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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