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kg이나 쪘어요. 한 달 새 엄청나게 먹었나봐요". 지난 21일 수원 인재니움에서 열린 LG화재 출정식에서 만난 이경수(26)는 표정도 목소리도 달라져 있었다. 지난 5월 프로배구 첫 시즌이던 2005 V리그를 끝낸 뒤 몸도 마음도 파김치처럼 지쳐 있었던 이경수가 반 년 새 활짝 핀 얼굴을 되찾았다. "집사람이 허니문 베이비를 가졌는데 입덧이 심해서 친정에 보냈어요. 속도 위반은 아니라니깐요". 말수 적은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난달 15일 4년간 사귀어온 두 살 연상 이서정 씨와 결혼식을 올리고 가정을 꾸린 게 다시 일어설 힘이 됐다. 프로배구 첫 해인 지난 시즌 이경수의 어깨엔 '타도 삼성화재'의 무거운 짐이 지워졌다. 19경기에서 공격 시도 무려 937회로 남들보다 곱절이 넘는 공을 때려 전체 1위에 득점 역시 2위와 170점이 넘는 차로 단독 1위. 이경수는 기대에 부응했지만 그래도 모자랐다. 이길 듯 이길 듯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벽을 넘지 못한 LG화재는 초청팀 상무와 한국전력에도 한 차례씩 덜미를 잡힌 끝에 3위에 머물렀고 시즌 막판엔 구타 파문까지 터졌다. 삼성화재와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해 이경수에겐 또다시 '큰 경기에 약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지난 시즌은 몸도 마음도 정말 힘들어서 끝난 뒤엔 전부 다 잊었습니다. 새 출발해야죠". 이경수는 "방신봉 선배가 (현대캐피탈에서 트레이드돼) 오고 용병 키드가 가세해 팀이 많이 달라졌다. 특히 키드가 오면서 내가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많이 줄었다"며 "다른 팀들도 용병이 들어왔지만 시범경기에서 붙어보니까 크게 차이를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이경수 만큼이나 LG화재도 변했다. 지난해부터 공들여온 방신봉을 영입해서 센터 라인을 강화했고 지난 시즌 막판 현역으로 복귀한 함용철로 세터진도 보강했다. 상무에서 제대한 이영수가 리베로를 맡는 등 브라질 출신 용병 키드까지 주전 6명 중 4명의 얼굴이 바뀌었다. 지난 21일 2005~2006 V리그 출정식에서 만난 신영철 감독은 "구미시청 육상팀과 함께 트랙 훈련을 하는 등 기초 체력과 기술 체력을 함께 닦았다. 방신봉 함용철의 가세로 팀 컬러가 바뀐 만큼 조직 플레이 훈련도 많이 했다"며 달라진 모습을 예고했다. "삼성화재든 현대캐피탈이든 이기기 전에는 우리가 앞선다고 얘기할 수 없겠죠". 이경수는 양강 삼성 현대와 LG화재의 전력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고개를 흔들었다. LG화재는 얼마 전 끝난 시범경기에서 지난 시즌 우승팀 삼성화재와 정규리그 1위팀 현대캐피탈을 차례로 격파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현대캐피탈전에서 프로배구 첫 트리플 크라운(후위공격-서브 득점-블로킹 각 3개 이상)을 성공시키는 등 이경수의 위력은 여전했다. 하지만 두 번째 시즌을 앞둔 그의 눈빛에서 만족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표팀으로 국제대회에 4번이나 나갔다 오는 바람에 팀 훈련은 거의 못했어요. 훈련만 제대로 했더라도 더 잘 할 수 있었는데요". 프로배구 두 번째 시즌인 2005~2006 V리그는 다음 달 3일 개막돼 내년 3월까지 4개월에 걸쳐 매주일 5경기씩 팀당 35경기(여자는 28경기)를 치르게 된다. 기존의 구준회 김성채에 방신봉 함용철 등 주전급 중 4명이 30대 중반을 넘긴 LG화재로선 장기 레이스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신영철 감독도 "시즌에 대비해 훈련은 철저하게 했지만 장기 레이스에서 이경수와 김성채 등을 언제 쓰고 언제 뺄 것인지 과제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구타 파문으로 서먹서먹해진 신 감독과 선수들의 사이가 얼마나 좁혀졌는지도 지켜볼 일이다. 이날 출정식이 펼쳐지는 동안 경기도 수원 인재니움엔 LG화재가 삼성화재를 격파한 시범경기 5세트 게임 장면이 TV 모니터로 되풀이해서 비쳐졌다. 김세진 신진식이 빠진 경기였지만 삼성화재를 꺾었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는 LG화재는 크게 힘을 얻은 모습이다. LG화재가 16-14으로 승리한 이 경기 5세트의 마지막 두 포인트는 이경수의 손끝에서 나왔다. 새로운 팀으로 변신한 LG화재지만 10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삼성화재의 아성을 넘기위해선 여전히 이경수가 필요함을 TV 화면이 웅변하고 있었다. "새로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라도 우승해야죠". 이경수는 이를 앙다물었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LG화재 그레이터스 제공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