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에 한 번 놀라고 금액에 두 번 놀라다'.
선수단이 지방 및 해외 마무리 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내년도 연봉협상에 돌입하고 있는 프로야구 구단들이 지난 18일 최하위팀 기아 타이거즈가 연봉 협상을 단 3일만에 완료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고 있다. 기아가 2년 연속 8개 구단 중 가장 빨리 연봉 협상을 마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최하위라는 올 시즌 성적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의 선수도 삭감을 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란 것이다.
그 여파는 곧바로 타구단 연봉 협상 담당자들에게 '고민거리'로 돌아왔다. 특히 기아처럼 올 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채 성적이 부진한 구단들은 '기아 때문에 협상이 어려워졌다'며 울상들이다. 이들은 선수들이 '기아처럼' 해달라는 주장들을 펼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올 시즌 6위로 끝낸 LG 구단 관계자는 "기아가 지난해에는 6위를 한 뒤 대부분 선수들의 연봉을 삭감하면서 가장 빨리 연봉 협상을 완료하더니 올해는 최하위를 하고도 삭감없이 끝마쳐 우리 선수들 협상이 힘들 수도 있게 생겼다"며 기아 구단에 원망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기아가 선수들의 사기 진작으로 내년 시즌 부활을 노리는 것도 좋지만 타구단도 생각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태도다.
기아 구단은 프리에이전트(FA) 장성호와 이종범에게 60억 원을 안기고 대형신인 투수 한기주에게 계약금 10억 원을 푸는 등 후한 대우를 해줬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지 않기 위해 연봉 삭감없는 계약을 했다는 후문이다.
아무튼 최하위 기아의 삭감없는 연봉 협상 완료로 인해 나머지 구단들의 재계약 과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과연 기아의 속도전이 타구단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궁금하다. 올해는 부진한 성적을 낸 타구단 선수들도 기아 덕분에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까.
박선양 기자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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