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최향남(34)이 마침내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우완투수 최향남은 지난 23일 밤 서울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입단 계약서에 사인, 2년간에 걸친 도전 끝에 빅리거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최향남의 이번 미국행은 국내 프로야구계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최향남이 비록 많은 돈(연봉 10만 달러)도 받지 못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지만 '도전정신'만큼은 이전 어떤 선수보다도 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30대 중반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최향남은 꿈을 이뤄낸 것이다. 최향남의 미국 진출 성공은 이상훈, 구대성에 이어 한국 프로야구 출신으로는 3번째이자 2002년 정성기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입단한 이후 3년만에 한국야구에서 미국야구로 진출한 사례가 됐다. 사실상 한국 프로야구에서 미국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선수는 최향남이 처음이다. 이상훈이나 구대성은 한국프로야구에서 활동한 후 일본 프로야구에서 인정을 받고 미국무대로 건너간 것이고 이전 한국야구에서 미국야구로 직행한 선수들은 전부 아마추어에서 진출했다. 이 때문에 최향남이 한국 프로야구 출신 메이저리그 진출 1호로 볼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으로 최향남 이전에도 미국 메이저리그 직행 진출 의사를 내비친 선수들은 있었다. 일본에 진출하기 전의 이상훈과 진필중(LG) 임창용(삼성) 등이 꾸준히 미국 진출을 시도했으나 몸값 등 조건이 맞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근년의 대표적인 사례도 있다. 현재 일본 프로야구에서 홈런타자로 명성을 쌓고 있는 '국민타자' 이승엽이 2년전 일본 진출 확정 전 먼저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포기했다. 또 지난 시즌 종료 후에는 거포 심정수(삼성)가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톱기사로 소개될 정도로 미국 진출에 강한 의사를 보였으나 막판에 국내에 주저앉았다. 최대 60억 원을 보장한 삼성과 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잔류한 것이다. 결국 최향남이 순수 국내 프로야구 출신으로는 처음 메이저리그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다른 도전자들이 낮은 몸값 등으로 열악한 대우에 실망해 미국 진출 뜻을 접은 반면 최향남은 금전적인 것보다는 '도전정신' 하나로 미국행에 몸을 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최향남 이후에 순수 국내 프로야구 출신으로 미국행을 노크할 선수는 누가 있을까. 가깝게는 내년 프리에이전트가 되는 두산 에이스 박명환을 비롯해 현대 에이스 김수경 등이 후보로 꼽힌다. 이들은 모두 7년차 이후 주어지는 조건부 해외진출 기회가 있었지만 이 카드를 활용하지 않았다. 소속구단에 이적료를 내줘야 하는 문제가 있어 해외진출이 힘들기 때문이다. 박명환과 김수경은 아직 미국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끌고 있지는 못하지만 내년 시즌 날카로운 구위로 호성적을 내면 얼마든지 관심을 모을 선수들이다. 또 하나 국내 프로야구 출신 선수들이 빅리그 직행에 망설이는 이유는 낮은 몸값이다. 메이저리그는 일본프로야구는 높은 수준으로 인정하며 후한 대우를 해주고 있는 반면에 한국 프로야구는 아직 수준 이하로 보고 출신 선수들에게 높은 몸값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국내 프로야구에도 프리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되면서 특급 스타들의 몸값이 빅리거 부럽지 않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선수들의 해외진출 의욕을 사그라들게 하고 있다. 게다가 온전히 9년을 채워야만 얻을 수 있는 프리에이전트 제도도 선수들의 해외 진출 의욕을 꺾는 한 요인이다. 프로야구 9년에 중간에 군대라도 갔다오면 대부분 프리에이전트가 될때 나이가 30세 안팎에 이르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 쉽사리 도전장을 내밀기에는 많은 나이가 되는 것이다. 선수들로선 FA 자격요건을 완화해줘야 미국무대를 좀 더 여유있게 노려볼 수 있다. 그야말로 돈과 나이에 개의치 않고 최향남처럼 '도전정신' 하나만을 갖고 나서지 않는 한 순수 한국 프로야구 출신 메이저리그 진출 선수는 여건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쉽사리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돈과 명예'가 보장되는 국내무대를 뒤로 한 채 늦은 나이에 미국무대를 노크할 선수가 많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처럼 한국프로 출신 선수들도 여유롭게 최고 무대라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것은 물론 제도적으로도 개선돼야만 한다. 한때 러시를 이뤘던 아마추어 특급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도 근년들어 끊어진 것도 군문제, 국내야구 2년간 복귀 금지, 나아진 국내프로야구 대우 등에 발목이 잡여 있기 때문이다. 과연 최향남 이후에 한국프로야구 출신으로 미국 무대로 진출할 선수가 누가 될지 궁금하다. 박선양 기자 sun@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