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인 김응룡은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삼성 사장 김응룡은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코끼리' 김응룡 삼성 사장이 지난 21일 경기도 가평 베네스트GC에서 열렸던 야구인 골프대회 시상식 인사말(사진)에서 한 '프로야구 위기론'이 야구계에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김 사장이 이날 "프로야구는 지금 최대 위기다. 인건비 등 여러가지 면에서 문제다. 야구인들이 죽을 각오로 분발해야 한다"며 "이대로 가다간 수 년 후에 프로야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말한 데 대해 삼성을 제외한 타구단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타구단들은 "김 사장이 야구인으로서는 충분히 위기론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 사장으로서는 말이 안된다"며 김 사장의 이날 발언을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서울의 모 구단 관계자는 "인건비가 문제라고 했는데 도대체 프로야구판을 이 상태로 만든 곳이 어디인지 묻고 싶다"면서 "구단 운영비 특히 인건비는 사실 삼성이 다 올려놓은 것 아니냐"며 삼성 구단 사장은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구단 관계자의 반박에는 일리가 있다. 구단들 사이에서 떠돌고 있는 '선수들 몸값이 너무 올라가서 야구단 못하겠다'는 말은 삼성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치솟은 선수 몸값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이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돈을 쓰는 팀이라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특히 삼성의 씀씀이는 프로야구에 프리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급상승했다. 삼성은 지난해 FA 최대어인 심정수와 박진만을 데려오면서 100억 원을 넘게 쏟아붓는 등 작년까지 FA 투자금으로 총 246억 8000만 원을 책정했다. 역대 프로야구 FA 42명에 들어간 금액이 총 594억 7900만 원인데 이 중 삼성이 12명에 246억 8000만 원을 쏟아부어 총액의 40%를 상회하고 있다. 12명 중 타 팀에서 데려온 선수가 6명이므로 보상금까지 합하면 3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쓴 것이다. 작년까지 FA 투자금 2위인 SK(85억 7000만 원) 3위 롯데(79억 원) 등과 비교해도 삼성이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는가는 한 눈에 알 수 있다. 가장 적게 쓴 두산(21억 5800만 원)의 10배가 넘는 돈을 삼성이 푼 것이다. 삼성이 이처럼 근년 들어 막대한 자금을 집어넣으면서 선수들의 몸값을 올려놓는 바람에 타구단들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삼성은 덕분에 한국시리즈 2회 우승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반면 타구단들은 덩달아 선수들에게 높은 몸값을 지불하면서 덩치가 얼떨결에 커졌지만 '공룡' 삼성에 제대로 맞서보지도 못한 채 분루를 삼켜야 했다 그런데 삼성 수장인 김응룡 사장이 '인건비 문제 때문에 프로야구가 위기'라는 말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 타구단들의 반응인 것이다. 타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선 '삼성이 프로야구 존폐론의 경종을 울리기 전에 반성문부터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박선양 기자 sun@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