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창단 6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플로리다 말린스는 월드시리즈가 끝난 뒤 불과 보름 만에 '폭탄 세일'에 돌입했다.
11월초 모이세스 알루를 휴스턴으로 보낸 것을 신호탄으로 롭 넨을 샌프란시스코로, 제프 코나인을 캔자스시티로 트레이드했다. 그해 말 에이스 케빈 브라운마저 샌디에이고로 넘긴 플로리다는 이듬해에도 폭탄 세일을 이어갔다.
98년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알 라이터를 뉴욕 메츠에 판 플로리다는 5월엔 LA 다저스와 바비 보니야, 찰스 존슨, 게리 셰필드 등과 마이크 피아자, 토드 질를 바꾸는 5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그 해말 에드가 렌테리아를 세인트루이스에 넘기는 것으로 웨인 후이젱가 당시 말린스 구단주의 깜짝 세일은 일단락됐다. 월드시리즈 주전 멤버 중 플로리다에 남은 선수는 루이스 카스티요 등 손꼽을 정도였다.
케빈 브라운을 주고 샌디에이고에서 받은 데릭 리, 라이터를 메츠에 주고 받은 A.J. 버넷은 투타에서 중심 선수로 성장해 말린스가 2003년 또다시 월드시리즈 정상에 서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누구도 당시 일련의 트레이드를 리빌딩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정점에 오른 지역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폭탄 세일로 한 방에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플로리다가 창단 후 불과 10여 년만에 두 차례나 월드시리즈를 제패하고도 관중 동원에선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건 당시 충격파와 무관치 않다.
어찌 됐든 1997년 말린스의 우승 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진 뒤 새로운 팀에서도 활약을 이어갔다. 당시 말린스 세일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는 뉴욕 메츠였다. 알 라이터와 데니스 쿡, 마이크 피아자(3각 트레이드) 등 투타에서 알짜배기들을 건져냈다. 특히 라이터와 피아자는 바비 밸런타인이 지휘봉을 잡은 2000년 각각 팀내 최다승과 최다 타점을 기록하며 메츠가 월드시리즈에 오르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올 겨울 메츠는 다시 한 번 전력 보강의 금맥을 찾았다. 이번에도 플로리다다. 메츠는 새 구장 건설이 좌절되면서 또다시 폭탄 세일에 들어간 말린스로부터 카를로스 델가도를 얻어내는 데 성공한 데 이어 2루수 루이스 카스티요도 노리고 있다. 플로리다는 미겔 카브레라와 돈트렐 윌리스를 빼곤 모두 다 팔 수 있다는 태도여서 1997년 1차 세일 때 만큼이나 파격적이다.
델가도 하나로도 메츠는 내년 시즌 몰라보게 타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됐다. 델가도는 최근 9년 연속 30홈런을 넘긴 데다 9년 평균 116타점을 기록한 확실한 타점 기계다. 메츠에서 최근 5년간 세 자릿수 타점을 기록한 타자는 올 시즌 데이빗 라이트(102타점)가 유일했다. 뉴욕에 처음 입성한 올 시즌 지독한 부진을 보인 카를로스 벨트란도 델가도의 가세로 한결 부담을 덜게 돼 델가도 영입의 간접 효과가 기대된다.
메츠와 함께 보스턴도 플로리다로부터 조시 베켓을 얻어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부실화한 선발 투수진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됐다. 플로리다의 세일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2005년판 폭탄 세일의 최대 수혜자는 어떤 팀일까.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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