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험한 꼴'을 볼 뻔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그나마 물러날 때를 잘 맞췄다.
박용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25일 사퇴를 발표했다. 7년간 한국프로야구 수장 자리를 지켜온 박총재는 오는 12월 11일 2005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끝으로 총재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박총재는 지난 7월 두산 그룹 '형제의 난'이 시작되면서 검찰 수사를 받고 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법정에 서야 하는 사태에 이른 책임을 지고 총재직에서 사퇴하게 된 것이다.
사실 두산 그룹 '형제의 난'은 재벌가의 형제 다툼이기도 했지만 야구계에서는 '커미셔너가 구단주를 고발한 초유의 사태'이기도 했다. 커미셔너인 박용오 총재가 두산 구단주인 동생 박용성 회장을 검찰에 '비자금 조성혐의'로 진정하면서 사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두산 베어스 구단과 박용오 총재와의 사이가 좋지 않게 됐다. 자신들의 구단주를 고발한 총재를 어떻게 좋게 볼 수 있겠는가. 물론 박용오 총재는 커미셔너가 되기 전 두산 베어스 구단주이기도 했다.
박용오 총재가 올해를 끝으로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은 야구계를 위해선 정말 다행스런 일이었다. 두산을 비롯한 몇몇 야구단은 물론 야구인들까지도 야구계에 누를 끼친 총재가 자진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았다. 프로야구 출범의 캐치프레이즈인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구호를 지키기 위해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 프로야구 수뇌부를 지키고 있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야구인들은 총재 스스로가 물러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구인들은 "그래도 총재가 7년간 프로야구를 위해서 많은 일들을 했는데 야박하게 우리가 먼저 나가라고는 할 수 없지 않는가. 그렇다고 물의를 빚은 인사가 언제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도 좌시할 수는 없다"며 자진사퇴를 원하고 있었다.
야구인들은 총재가 연말 사퇴없이 그냥 지나간다면 '데모'를 일으킬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야구인들은 "우리가 다른 종목이 하는 것처럼 수장과 경기인간의 주도권 다툼으로 비쳐질까봐 움직이지 않고 있었지만 상황이 더 안좋아지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의견들을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야구계가 '권력'을 놓고 분열된 양상을 보이며 싸우는 것으로 비쳐지기 직전에 총재 스스로 용퇴했다는 것이 야구계는 물론 총재를 위해서도 잘된 일로 여겨진다.
박선양 기자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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