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보니아, 로베르토 알로마, 모 본, 마이크 피아자.
1990년대 이후 뉴욕 메츠를 거쳐갔다는 것 말고도 이들에겐 공통점이 또 있다. 메츠 유니폼을 입은 뒤론 한결같이 부상과 부진 등으로 내리막을 타 '먹튀'라는 오명을 썼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거액을 안긴 메츠는 메츠대로 고효율 저비용의 대명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미국에서 가장 수완 좋은 투자가가 워렌 버핏이라면 최근 수 년간 메츠는 지독하게 운도 없는 투기꾼 신세였다.
뉴욕 메츠의 이번 오프시즌 화두는 거칠게 요약하면 '포스트 피아자'라고 할 수 있다. 1년 전부터 공들여온 카를로스 델가도를 트레이드해 오는 데 성공한 메츠는 초점을 FA 포수 영입 쪽으로 돌리고 있다. 26일(한국시간) 뉴욕 신문들은 메츠가 벤지 몰리나를 잡을 것으로 예상한 반면 메츠 공식 홈페이지는 몰리나보다 두 살 더 젊은 라몬 에르난데스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상반된 전망을 내놓았다.
몰리나든 에르난데스든 내년 시즌 메츠의 주전 포수가 바뀔 것만은 분명하다. 이는 델가도의 영입과 맞물려 지난 7년 여동안 메츠 안방을 지켜온 마이크 피아자와 완전한 결별을 의미한다. 메츠는 지난 1998년 LA 다저스-플로리다와 3각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피아자와 이듬해 7년간 9100만 달러의 초장기 계약을 맺었다. 올해가 그 마지막 해다.
7년간 피아자는 메츠에 환희와 절망을 모두 안겨줬다. 처음 3년은 내리 35개 넘는 홈런을 때려내며 2000년엔 팀을 월드시리즈까지 올리기도 했지만 이후론 가파른 내리막을 탔다. 특히 최근 3년은 한 시즌도 70타점조차 넘기지 못했고 약점인 도루저지율은 10퍼센트대로 떨어지면서 공수에서 팀에 힘보다는 짐이 됐다.
거액을 투자한 피아자의 부진으로 메츠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00타점을 올린 타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수렁에서 헤맸다. 올 시즌 데이빗 라이트가 102타점으로 5년만에 처음으로 세 자릿수 고지를 넘었을 뿐이다. 피아자가 방망이로 못다한 몫은 9년 평균 116타점을 기록한 델가도에게, 피아자가 드리운 안방 취약점은 몰리나나 에라난데스로 메우겠다는 게 메츠의 계획인 셈이다. 델가도의 몸값 부담(4년 4150만 달러)도 만만치 않지만 피아자와 이별로 그만한 여유는 자연스레 생겼다.
메츠는 지난 2002년 3년간 4500만 달러라는 거액의 연봉 부담을 감수하고 에인절스에서 모 본을 영입했지만 본은 한 시즌 남짓 29홈런 87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끝에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고 말았다. 지난해까지 본의 연봉을 일부분 부담해야 했던 메츠는 올해를 끝으로 피아자와 계약도 만료돼 구단 살림을 주름지게 했던 두 명의 거액 연봉 선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와졌다.
메츠가 지난해 겨울 FA 투타 최대어인 페드로 마르티네스-카를로스 벨트란을 손에 넣은 데 이어 올 겨울도 최고의 '큰 손'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먹튀의 굴레에서 풀린 메츠가 이번 오프시즌 포수와 마무리 투수 보강이라는 남은 과제를 완성하고 내년 시즌에 과연 새로운 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빌리 와그너 영입에 성공하느냐도 지켜봐야 겠지만 지난해 새로운 먹튀 출현의 우려를 안겼던 카를로스 벨트란이 부진을 털고 제 몫을 해주느냐도 관건이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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